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연합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

국가정보원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부부를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에 수용하고 120일 넘게 조사한 것은 과도하다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상 조사와 임시보호 기간을 최대 90일로 정하면서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30일 연장하도록 한 점에 비춰볼 때 조사 기간이 과도했다는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숨진 탈북자 지모 씨와 그의 전처 배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배씨에게 1100만원, 지씨 자녀 2명에게 각각 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배씨와 자녀들이 받게 되는 손해배상금은 총 2600여만원이다.

2013년 중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지씨와 배씨는 합신센터에서 수용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합신센터는 탈북민에게 보호결정을 내릴지 판단하기 위해 국정원이 운영하는 조사시설이다. 두 부부가 조사를 받고 ‘비보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걸린 기간은 각각 지씨 176일, 배씨 165일에 달한다. 두 사람은 합신센터에 사실상 구금된 채 수사를 받았고, 운동장 수십 바퀴를 도는 등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또 수사를 받으면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도 주장하면서 정신적 손해 등을 고려해 두 사람과 자녀들에게 총 2억10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호 대상자로 정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행정조사였을 뿐 수사가 아니었다고 봤다. 또한 인격권 침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국정원장이 현행 북한이탈주민법과 시행령에서 인정하는 최대 120일의 기간을 초과해 조사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지씨 1000만원, 배씨 800만원, 자녀들 1인당 100만원으로 정하고, 이에 더해 지씨와 배씨가 120일을 초과해 수용된 기간에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일실수입)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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