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출신 권리당원 상당수와 운명 공동체 '李의 딜레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과연 ‘종북세력’과 결별할 수 있을까. 종북세력을 확실하게 끊어내지 않는 한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새해 들어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대로 가면 무난히 진다’는 자조적인 예측이 민주당 내에서도 나올 정도로 이 후보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아내인 김건희씨의 녹취록 방송이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방송 이후 윤 후보는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선거를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이처럼 격차가 벌어진 것일까.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결정적 차이는 ‘주적’ 개념이다.

윤 후보는 북한에 대해 명확한 ‘주적관’을 가지고 북한 3대 세습 정권은 물론 한국 내 종북세력까지도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나왔던 ‘멸공’이라던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론 역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윤 후보의 명확한 주적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후보는 반대다. 명확한 주적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주적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낼 수 없다. 이 후보 본인을 대선후보라는 위치까지 오게 한 힘의 상당부분이 ‘종북세력’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약 80만명에 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중 약 상당수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이기도 하다. 민노총은 아예 중앙본부 차원에서 각 지부 조합원들에게 민주당 권리당원으로서의 입당을 독려하기도 했다.

왜 민노총은 조합원들에게 민주당 입당을 독려했을까. 민노총은 사실상 종북세력에게 장악당한 상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과거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정치적 모태인 ‘경기동부연합’이 민노총을 장악하고 있다.

양경수 현 민노총 위원장 또한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세력은 북한에게 직접 지령을 받고 움직이다가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내 경기남부위원회다. 이석기 전 의원은 이 위원회의 의장이었다.

쉽게 말해 종북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이 민노총을 장악했으며, 민노총 조합원 중 상당수가 민주당에 권리당원으로 가입, 이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준 것이다. 권리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종북세력’이 사실상 민주당의 당권을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종북세력을 확실하게 일소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운동권’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이 상태로 대선이 치러지고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민주당에는 어떤 후폭풍이 닥칠까. △당권을 쥐고 있는 경기동부연합 종북세력 △민주당의 근간을 이뤘던 호남·동교동계 △민주당 내에서도 북한에 비판적인 세력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두고 서로 다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세갈래로 쪼개질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이 이 후보 본인의 운명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선거이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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