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밥상물가와 교통 물가가 두드러지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밥상물가'로도 불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와 교통 물가는 각각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연합
지난해에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밥상물가와 교통 물가가 두드러지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밥상물가'로도 불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와 교통 물가는 각각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연합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것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뺀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한 나라의 국민이 느끼는 삶의 고통은 커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구촌의 경제고통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캐나다의 정책연구기관 프레이저연구소가 최근 주요 35개국의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스페인(17.6), 그리스(15.7), 이탈리아(12.0), 아이슬란드(11.3), 스웨덴(10.9)이 상위 5개국에 랭크됐다.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도 2019년 5.5에서 2020년 9.3, 2021년 10.0으로 높아졌다.

프레이저연구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국가별 물가 상승률, 실업률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는 식량위기 가능성까지 고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구촌 경제고통지수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식량가격이 폭등하면 국민의 불만이 폭발해 지난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산한 반정부 시위 운동인 ‘아랍의 봄’이 재현될 수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5.7로 전년보다 28.1% 뛰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프레이저연구소의 집계에서 28위(6.0)를 기록하는 등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반영한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는 6.2로 지난 2011년의 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19년의 4.2와 2020년의 4.5보다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이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다. 석유류,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세를 보였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3.2% 상승하며 2011년의 4.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쌀·라면 등 144개 품목의 물가를 별도로 집계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생활물가지수 중 ‘밥상물가’라고 불리는 식품 및 비주류 음료가격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5.9%나 올랐다.

지난해 실업률은 3.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상황은 더 안좋아졌다. 실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이 13.3으로 2020년의 13.6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의 11.2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일반실업률과 달리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를 구해 놓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과 구직활동은 하지 않지만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 숨은 실업자까지 살펴볼 수 있어 고용시장의 상황을 체감적으로 나타내기에 더욱 적합하다.

올해 역시 경제고통지수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제하기 어려운 원자재 가격 등 대외 요인으로 물가 상승률이 오르고, 실업률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물가는 17.6% 올라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생산자물가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6.4%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도 사정은 마찬가지.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을 고려할 때 한동안 고용 한파가 풀릴 가능성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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