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9년 ‘공영방송 판갈이’는 왜 실패했나?
보수정권 9년 ‘공영방송 판갈이’는 왜 실패했나?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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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 미디어비평 그룹]

공영방송의 좌편향성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왜 방송에서 좌편향성을 고치지 못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을 움직이는 건 기자와 PD다. 경우에 따라 아나운서, 작가들까지 포함된다. 현장에서 뛰는 30대~40대 일선 방송인들이 전부 편향성을 가지면 아무리 방송사의 사장과 간부가 게이트 키핑을 해서 막으려고 해도 편향성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시 말해 방송사 내부에서 좌파세력을 길러내는 재생산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어떤 대책을 세우더라도 사상누각이고 효과가 없는 것이다.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참고사례가 과거 운동권의 재생산 시스템이다.

방송사의 운동권 재생산 시스템

80년대 중반 이후 대학가에서 운동권들이 졸업하면서 NL 계열(민족해방·주사파)은 ‘민주적 사회참여’라고 해서 공장 위장취업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그때 운동권들이 많이 택했던 직업이 언론사였다. 그리고 곧이어 불어닥친 한국사회의 민주화 바람에 힘입어 언론사에는 제법 많은 전직 운동권들이 들어왔다.

80년대 후반 결성된 언론사 노동조합은 이들의 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굳이 운동권 출신이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언론사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개 권력에 저항하는 리버럴 성향이 있다. 그리고 언론사에 들어와서 일을 배울 때 처음에는 사수-부사수처럼 선배와 후배 간에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 선배가 후배의 고민도 잘 들어주고 인격적으로도 본받을만한 사람이라면? 그 선배가 말하는 것에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과거 주사파 운동권의 이른바 ‘품성론’을 돌이켜보자.

80년대 초중반 대학가 운동권에는 정통 맑스레닌주의를 추구하던 PD(민중민주)계열과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던 NL(주사파)계열이 있었다. 처음에는 PD계열이 다수였으나 85년 무렵 주사파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주사파가 대학 운동권을 완전 장악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품성론’(品性論)이다.

당시 PD계열은 공산주의 혁명이론 학습에 중점을 두고 세력을 불려나갔다. 그런데 공산주의 이론은 사실 학습이 어려운 이론이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리더는 혁명이론에 밝은 사람이 되었고, 자연히 인간적인 풍모 보다는 현학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방송사로 들어온 ‘주사파 품성론’

그러나 주사파는 매우 단순한 이론인 이른바 ‘품성론’을 들고 나왔다. 쉽게 말해 혁명을 하려면 개개인의 품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조직의 리더도 이런 품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물론 품성론이 주사파 득세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품성론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그 품성은 어떤 것인가? <솔직 소박 겸손 성실 용감>이다. 어떤가? 아주 좋은 덕목이다. 이걸 갖춘 사람은 옆에만 가도 감화가 된다.

이런 품성론에 바탕해 선배들은 대학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운동권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개인적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술 사주고 밥 사주면서 같이 호흡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통’을 잘했고, 공감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이런 풍토가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고 이런저런 사회적 부조리가 많이 남아있던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신입생들은 선배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운동권에 편입되었던 것이다. 결국 대학가 주사파 운동권의 재생산(reproduction)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렇게 잘 작동했던 것이다.

이런 운동권의 재생산 시스템을 방송사에 대입해 보자.

앞에서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데 따른 선배의 영향을 말했다. 보직 간부가 아닌 ‘그냥 선배’가 친절하게 일도 가르쳐주면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개인적 고민도 들어주면 어떻겠는가. 당연히 그 선배를 충심으로 따르게 된다. 여기에는 무슨 논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냥 ‘가슴으로’ 그 선배가 좋은 것이다.

그런데 그 선배가 뭔가 ‘언론자유’ ‘비판의식’ 이런 이야기를 한다? 가슴에 확 와닿고 그 말은 젊은 직원의 머릿속에 내면화된다. 어차피 언론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른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보다 ‘본래적 의미’에서 ‘비판적’ (영어로 말하자면 리버럴)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뭔가 명쾌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그 ‘좋은 선배’가 뭔가 억압을 받는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마치 주사파 운동권이 ‘품성론’을 내세워 대학 신입생을 운동권으로 포섭하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이제 이해가 가는가? 왜 보수정권이 두 번이나 들어섰는데도 MBC와 KBS의 노조가 좌편향을 털어버리지 못한 이유를?

성창경 위원장의 국정감사 솔직 고백

이와 관련해서 KBS의 제3의 노조인 <KBS 공영노조>의 성창경 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밝힌 바를 소개한다. 아래는 성창경 위원장의 말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KBS는 내부 구성원에 의한 언론 장악이 아주 심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KBS는 이미 언론장악이 되어 있는 상태다. 왜냐하면 기자와 PD의 80~90%가 언론노조 KBS본부에 가입되어 있다.

이들은 가만히 놔두면 좌파방송한다. 소위 진보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게 된 이유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에서 굉장히 많은 기자를 ‘특채’ 형식으로 뽑았다.

말하자면 이들을 통해 KBS의 피를 바꾼 것이다. 이 사람들이 숙주처럼 이후에 신입 기자를 뽑으면 언론노조 KBS본부에 가입을 시키고 교육을 시킨다. 그러니까 KBS뿐만 아니라 숱한 많은 방송사들이 좌파에 지배되는 이유는, 과거 진보정권 10년 그때 심어놓은 숙주들이 반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자협회, PD협회 등 각종 직능단체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언론들의 불공정한 사례들이 다 거기서부터 연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문제가 되었던 문창극 보도 경우 심각한 악마적 편집이라고 사회 각층에서 비판을 했는데도, 기자협회에서는 그달의 우수 프로그램이라고 상을 줬다. PD협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좌파들이 만들려고 하는 프로그램, 예컨대 4대강이나 국정원 등에 대해 조지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그것을 원고에서 첨삭가감하는 것이 게이트키핑인데 이 과정에서 자기들 마음에 안들면 ‘제작자율성을 침해한다’,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떠든다. 조금 더 심하면 대자보를 붙이고, 게시판에 올리고,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한다.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크를 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튀어나왔던 것이 ‘광우병’이었고, ‘문창극 보도’였고,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 당시에 일본으로 망명하겠다고 했다’는 보도였다.

언론이 특정 노조나 특정 이념을 가진 집단에 장악되어 있으면 이는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생각해보라. 마음만 먹는다면, 민주당과 한국당 관련 리포트를 제작할 때, 똑같이 인터뷰는 했는데, 방송을 보니까 민주당 인터뷰는 귀에 쏙쏙 들어오게 보도하는데, 한국당은 내보내는 장면도 조는 것, 인터뷰 내용도 앞뒤 자르고 가운데 무슨 맥락인지 잘 모르겠는 것 내보는 식으로 교묘하게 방송을 할 수 있다.

워딩 하나, 컷 하나, 제목다는 것 하나 이런 게 굉장히 무섭게 되고, 이런 것들이 SNS나 모바일을 통해서 계속 재가공되서 나간다. 로 소스(raw source)가 한번 왜곡되기 시작하면 계속 그렇게 왜곡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장을 바꾼다, 제도를 바꾼다가 먼저가 아니라 구성원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주기 바란다.

어떤가. 이것이 KBS에서 잔뼈가 굵은 성창경 공영노조 위원장의 자가진단이다. 단순히 사장 교체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재생산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방송사의 내부는 좌편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보수정권이 아니라 그 할애비가 들어서도 고칠 길이 없는 것이다.

보수정권, 방송사 정확한 통찰 없었다

그런데 지난 9년의 보수정권은 이런 상황에 대한 통찰이 전무했다. 그리고 운동권의 특징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었다. 그러니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고 경영진도 교체했는데 왜 보도와 프로그램이 계속 좌편향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송사 경영진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을 것이고, 경영진은 그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다가 노조 등과 강한 마찰을 빚게 되었다. 마찰이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트집을 잡아 항의하고 파업하면서 문제를 키운다. 상황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은 방송사의 경영진이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바른말 하는 직원을 내쫓는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MBC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을 다룬 MBC의 <PD수첩>을 보자. 아무리 데스킹을 해도 방송내용을 왜곡하자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5월 15일 언론중재위는 MBC 〈PD수첩〉의 방송 내용 중 일부 보도에 대해 정정·반론 보도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11년 9월 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한 명예훼손 기소 사안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은 방송 내용 중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비록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에 형사책임 부분은 무죄가 선고됐지만, 프로그램의 뼈대가 되는 부분은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쯤 되면 무엇을 위한 언론자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데, 국민들은 이런 상황은 모른 채 그냥 언론자유가 박탈당하고 있다고만 느끼는 것이다.

이제, 독자 분들은 이해가 되셨는지? 어찌 해서 이른바 ‘공영방송’이 이렇게도 ‘수구 좌파’가 되었는지를...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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