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강규형

모차르트는 레퀴엠(Requiem 장례미사곡. 진혼곡鎭魂曲이라고도 한다)을 작곡하다가 끝을 맺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한 백작이 자기 부인의 장례미사곡을 자기가 작곡한 것처럼 하기 위해 모차르트에게 작곡을 부탁했고, 돈이 궁한 모차르트는 몸이 아픈 와중에도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가 작곡하던 레퀴엠은 결국 그 자신을 위한 진혼곡이 돼버린 셈이다. 마무리는 모차르트의 제자 쥐스마이어에 의해 완성됐다. 그러나 일반인이 들어도 모차르트가 작곡한 부분과 쥐스마이어가 작곡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해서 후세 작곡가들이 이 곡을 조금 더 모차르트답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판본을 계속 내놓았지만 만족할 만한 완성본은 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쥐스마이어 에디션(edition)을 보완한 바이어(Bayer) 본이 괜찮은 수준이었다. 이 레퀴엠의 상당 부분은 쥐스마이어의 작곡이었지만 특히 아멘 파트는 온전히 그의 작품이었다. 그러다가 모차르트의 "아멘 푸가" 미완성 악보가 1960년대에 발견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건반연주자이자 작곡가이자 음악학자인 천재적 재능을 지닌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레빈(Robert Levin) 교수가 이 부분을 삽입하고 모차르트 작곡이 아닌 부분을 개정한 판본이 1993년 완성되면서 사람들은 더 모차르트 음악에 가깝게 다가간 레퀴엠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레빈 박사는 올해 5월 24일(금호아트홀)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한다, 즉흥곡의 달인이기도 한 그의 연주회는 몇 번 들어도 또 듣고 싶어진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로 1월 29~30일(예술의 전당 오후 5시)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모차르트 레퀴엠을 레빈 판본으로 연주한다. 이전 연주들과는 사뭇 다른 연주가 될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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