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했지만 중대재해건수가 줄어들지 않자, 정부와 여당은 처벌조항을 보다 강화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이 법이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었다. 첫 적용 사례가 되지 않으려고 많은 건설사가 구정연휴를 27일로 당겼다. 사고가 많은 업종의 회사 대표나 관련 장관과 지자체장 및 공공기관장들은 ‘바람막이 조직’을 만들 것을 궁리하고, 기업들은 바지사장이나 ‘안전담당 대표이사’를 따로 임명하는 등의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중대사고처벌법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형사처벌,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제재를 부과하는 세계 최대의 가혹한 처벌이라며 재계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터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인해 재계도 아무 말 못 하고 있다.
이 법안 통과 배경에는 지난 21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산업재해 사망률 1위이고, 아직도 매년 산재로 2,000여 명 안팎이 사망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이는 산재사망 통계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산재통계 대상에 공무원, 군인, 교사 및 자영업자 등의 포함여부도 나라마다 다르고, 통근재해와 업무상 질병 포함여부도 나라마다 다르다. 사고 후 1년 내 사망해야 산재통계에 넣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 광업의 경우 광산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7명(2019년 기준)이지만, 진폐증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406명이나 된다. 질병사망자를 재해사망자에 포함하는 경우와 안 하는 경우 산재율에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각국의 산재율을 단순비교할 수 없다.
그나마 비교가능한 통계가 국제노동기구(ILO)의 ‘10만당 치명률 보고’인데, 최근 발표에 의하면 콜롬비아,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한국은 5위이므로 한국의 산재사망률이 OECD 1위는 아니다. 그리고 ‘근로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도 1990년~2018년까지 28년 동안 한국은 1994년과 1995년을 제외하곤 한 번도 1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
우리 산업재해발생률이 아직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매우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10만명당 치명률이 1995년에 30명이 넘었지만, 2000년에 15명, 2019년에는 4.6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또 한국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주요 국가 중에 가장 높고, 미국과 영국에 비해서 2~3배가 높다. 따라서 비교하려면 전체 인구가 아니라,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사고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사고를 줄이려고 한다.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주가가 절반정도로 폭락했고, 이 밖의 손실액도 4천억원으로 예상된다. 현산과 맺은 계약도 취소하겠다고 아우성이며, 브랜드 평판이 4위에서 꼴찌로 하락했다.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위험도 있어 현산은 그야말로 존폐위기에 몰렸다.
결론적으로 처벌의 강도는 재해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사전 예방을 위한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붕괴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은 포기했던 건설안전특별법까지 다시 통과시켜 처벌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래서는 기업의욕을 너무 심하게 훼손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인력과 투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은 중대재해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므로 더 심하다. 따라서 반복 사망사고만을 중대재해로 규정하든지, 처벌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신속하게 개정해서 기업활동의욕을 꺽지 말아야 한다.
- 기자명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 입력 2022.01.27 17:41
- 수정 2022.01.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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