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물류대란이 어느 정도 진정돼 간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소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의왕 아이시디주유소에서 직원이 화물차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연합
‘요소수 물류대란이 어느 정도 진정돼 간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소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의왕 아이시디주유소에서 직원이 화물차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또다른 ‘복병’이 부상하고 있다. 대외불안이다.

대외불안 요인은 유가·환율 상승, 미국 통화정책에 따른 위험, 인플레이션 우려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큰 악재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다. 전 세계가 원자재, 산업 소재, 부품 등의 수급 불안에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경험하면서 기존 분업화에서 자립구조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반도체, 배터리 등의 핵심 부품은 물론 고철 등 이른바 로테크(Law Tech) 소재 역시 전략물자화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는 연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국을 물류대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요소수 품귀현상의 원인은 간단하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 공업용 요소 수입량의 97%가 중국산일 정도로 과도한 중국 의존이 문제였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조립 및 가공무역 협력이 많은 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망 차질을 빚으면 대안이 없는 것이 수입 편중의 ‘아킬레스건’이다.

요소수 물류대란이 어느 정도 진정돼 간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소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국발 요소 공급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요소비료 생산업체들은 원료의 60%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중국의 수출 규제로 생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산 요소를 수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서 잠재된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은 31.3%인 3941개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이 거의 절반인 1850개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자재와 산업 소재를 외교·통상 분야의 무기로 삼을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배터리 역시 ‘차이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에서 원재료 공급이 끊기는 순간 국내 배터리 소재 및 완제품 생산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언제든지 원자재와 산업 소재를 ‘무기화’할 수 있다. 실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4월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공급망의 무기화를 지시한 바 있다.

일본은 지난 19일 경제안보 추진회의를 개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전면전’의 칼을 빼들었다. 물론 대상은 중국이다. 일본의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 2000년 6.3%에서 2019년 19.1%로 치솟았다. 대중 수입 역시 14.5%에서 23.5%까지 늘었다. 일본은 글로벌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수정해 일방적인 무역제한이나 제재를 취하지 못하도록 국제적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최근 대중 의존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허상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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