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항 리버티섬의 '자유의 여신상'.
미국 뉴욕항 리버티섬의 '자유의 여신상'.

‘자유’는 지고의 가치다. 일단 주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공기나 물처럼 당연한 것으로 느끼기 십상이나, 실현하기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인류사를 ‘자유’의 확장·확대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극소수 사람에게만 가능하던 자유의 혜택을 점점 많은 이들이 누리게 됐다.

오늘날 한자문화권의 ‘自由’라는 단어는 근대 서구에서 유래한 철학적 개념에 뿌리를 둔다.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근대 일본의 사상가, 근대화 방법론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를 이끈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였다. 일본 화폐의 최고 액면가 1만엔권에 실린 인물이다.

후쿠자와가 리버티(Liberty) 또는 프리덤(freedom)을 ‘스스로 이유(유래)를 이루다(自らをもって由となす)로 번역한 이래 한자문화권에서 ‘自由’라는 어휘가 널리 쓰이게 됐다. 자유란 타인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와 생각을 ’행동의 까닭(이유)로 삼는 것을 뜻한다. 먼저 ‘스스로(自)’가 성립해야 ‘행동의 까닭(由)이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원어인 서구어의 어원보다 심오한 뜻을 지니게 됐다.

원래 고전중국어에서 ’自由‘는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제멋대로‘라는 부사적 의미로 등장한다. 19세기 일본 독서시장에서 여러 어휘가 경합을 거친 끝에 결국 ‘自由’로 낙착됐고, 20세기초 조선·중국 유학생들을 통해 근대 한국어·중국어로 편입됐다. 일본 학자의 관련 논문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단행본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나’에서 자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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