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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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진정 외국인을 싫어하는 걸까요? 인종차별적인 속성이 있는 걸까요? 내 친구 모리스는 피부색 때문에 취직을 못 한 적이 있습니다. 전화로 그 이유를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또, 외국인 강사가 있는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나이 많은 한국인 상사들은 먼저 인사를 하지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 상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1년 여 한국에 살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의 상냥한 미소가 모두 위선이었던 걸까요? 왜 그들은 감정을 속였던 걸까요? 어느 날 버스에서 내 옆자리가 비어있는데도 다른 승객이 와서 앉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국인을 의심하기 전에 그들 내면을 들여다볼까 합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짚어봤습니다. 한국은 외세 침입을 자주 받았습니다. 중국, 일본, 몽골로부터 야만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한 것 같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외딴집에 살고 있는데 이웃이 와서 문을 열고 음식을 가져가고 돈을 훔쳐가고 당신을 때리고 집을 불태운다면 당신은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당신의 삶과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또한 일제 강점기를 견디며 살기가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인의 정체성, 문화, 언어를 바꾸려는 많은 시도 속에서 이 나라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사상 등에 맞서 두꺼운 외투를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큰 고통을 감내하며 두려움을 안고 고립돼 있었습니다. 오직 시간만이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버스에서 비어있는 내 옆자리에 앉지 않았던 남자는 단지 영어가 서툴렀을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젊은 세대는 훌륭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나는 그 젊은이들을 한국 토양에서 핀 꽃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 토양은 그들 선조가 흘린 피와 땀이 배어있습니다.

하지만 모리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왜 학부모들은 백인 교사를 선호하는 걸까요? 그런 이유로 한국인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같습니다. 글로벌미디어가 백인은 영웅처럼 흑인은 나쁜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데서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인사를 안 하고 출입하는 상사는 인사에 대한 문화 차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은 무조건 아랫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게 예의이고 내가 아는 외국 문화는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정신과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이태원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정수가 담긴 곳에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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