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누려온 SBS ‘골때리는 그녀들’ 시즌2가 확정됐다. /연합
바야흐로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다. 경기관람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장기화 시대, 스포츠가 리얼리티 특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연합

최근 한국의 오락·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기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드라마’였으나, 오락·예능 프로의 경쟁력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비결 1위로 꼽힌 게 ‘이야기의 힘’이었는데, 오락·예능 역시 ‘이야기’적인 요소를 담는 능력이 주효해 보인다. 일본 것을 베끼던 시절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반면, 한국 것을 모방·표절하는 중국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정치적 금기(禁忌)’가 분명한 사회는 ‘오락·예능 프로 같은 창의적 감수성을 키우고 표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스포츠 예능 프로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득점 순서 조작으로 방송 1회 중단 및 연출진을 교체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재개한 방송에서 여전히 8%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여줬다. 남자 연예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운동 프로그램에 여자 연예인(오나미·최여진·이현이·간미연 등)을 투입해 좌충우돌·고군분투하며 실력을 높여가는 모습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에 힘입어 JTBC의 새 예능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가 다음 달 나온다. ‘운동과 담쌓고 살아 온’ 송은이·장도연·별·허니제이 등 8명이 주전 선수, 이들을 지원하는 감독과 코치는 농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문경은·현주엽이다.

한편, 오랜만에 경기장으로 돌아 온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에겐 색다른 감동이 기대된다. 다음달 나올 MBN ‘국대는 국대다’가 대표적이다.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이 다시 훈련을 거쳐 현역 스포츠 국가대표와 경기를 펼친다. 첫 회엔 ‘탁구 전설’ 현정화가 60일간 혹독한 훈련을 거쳐 비장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현정화는 현역 시절 금메달만 무려 75개를 획득한 스타 선수였다.

스포츠 스타 부모의 운동 재능을 빼닮은 2세와 그 가족들의 삶을 관찰하는 예능도 눈길을 끈다. 채널A는 전직 축구선수 이동국, 펜싱선수 출신 남현희 등 전직 선수 자녀들의 피·땀·눈물 어린 버라이어티 ‘슈퍼 DNA, 피는 못 속여’를 방영 중이다. ‘테니스 유망주’ 이동국의 딸 재아를 비롯해 야구선수 김병현과 ‘테니스 신동’인 딸 민주, 남현희와 ‘펜싱계 샛별’로 불리는 딸 공하이 등이 출연하고 있다. KBS에선 여홍철과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 부녀, 탁구 가족 유남규-유예린 부녀, 야구 가족 이종범-이정후 부자 등 대를 잇는 스포츠 가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관찰 예능 ‘우리끼리 작전타임’을 방영 중이다.

골프 예능으로 tvN ‘골벤져스’, IHQ ‘내 이름은 캐디’,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 ‘내일은 영웅- 깐부 with 박세리’ 등이 꾸준히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 예능 인기의 첫째 요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관람이 어려워져서다. 아울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란 원래 ‘각본없는 드라마’라 할 만큼 의외성이 강해 리얼리티가 잘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소재"이자, "시청자들이 원하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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