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배우이자 방송진행자로 활동중인 우피 골드버그. /연합
미국 영화배우이자 방송진행자로 활동중인 우피 골드버그. /연합

홀로코스트(Holocaust)를 ‘인종차별’이라기보다 ‘비인간성’의 문제라고 말한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MC 우피 골드버그(66)가 유대계의 맹공을 받고 있다. 유대인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새삼 보여주는 사건으로도 주목된다.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로, 유태인·집시·동성애자·장애인·정치범 등 약 1천1백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ABC방송의 인기 대표 토크쇼 ‘더뷰’(The View)를 진행하던 골드버그는 동료 진행자 조이 베하가 "유대인은 별개 인종으로 간주된다"고 말하자 "솔직해지자, 홀로코스트는 인종문제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인종 문제 아니면 뭔가" 되묻자 골드버그는 영국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구를 들어 "‘인간에 대한 인간의 비인간성’이라고 답했다. "인종 불문,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인종차별로 보면 문제를 오도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이날 방송에서 테네시주 맥민카운티 교육청이 유대인 작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를 교과 과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대한 의견을 나누다 나온 발언이었다. <쥐>는 만화 형식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이다. 유대인=쥐, 독일인=줄무늬 고양이, 폴란드인=돼지, 미국인=개, 영국인=물고기, 프랑스인=개구리, 집시=나방, 아랍인=뱀 등 각각의 인간 몸에 특정 동물의 머리를 붙여 묘사했다. 1991년 출간돼 홀로코스크를 다룬 걸작으로 199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방송 후 ABC방송국에 골드버그 퇴출을 요구하는 등 유대계의 격렬한 반응이 이어졌다. ‘홀로코스트=반인륜 범죄’임엔 틀림없으나, 인종문제만으로 볼 것인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최근 본격적 논란이 되고 있는 ‘CRT(Critical Race Theory, 비판적 인종 이론)’문제와 무관치 않다. 미국 역사를 서구 기독교문명 및 백인들에 의한 패악의 과정으로 재해석하는 흐름에 유대계 학자·전문가들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다. 인류사를 ‘인종차별’의 역사로 보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1955년 뉴욕 맨해튼 출생인 우피 골드버그는 1985년 아프리카 노예의 역사를 담은 영화 ‘컬러 퍼플’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영화 ‘시스터 액트’ 시리즈의 들로리스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바 있다. 1998년부터 TV쇼 ‘더 뷰’(The View)를 진행해왔다. 미국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흑인 유명 인사의 한 명이다.

 

유대인 작가 아트 슈피겔만이 만화 형식으로 엮은 <쥐(Maus)> 책표지.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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