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에 입적한 고승 혜소慧昭(774∼850). 중국에서 차(茶)나무를 들여와 차문화 발전에도 공헌한 선승(禪僧)이다. /불교신문

초(超)현대 사회가 될수록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산업화·현대화의 피로가 쌓이는 시대에 ‘비움’의 가치를 강조하는 불교 고유의 가치관·세계관이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통일신라 후기~고려 초기를 살았던 명망 있는 승려들이 대부분 칠순을 넘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로선 이례적인 장수다. 연세대 의학사(史)연구소 이현숙 연구교수는 학술지 ‘신라사학보’ 최신호 논문에서 신라말 고려초 고승의 평균수명이 73.5세였다고 밝혔다(승려로 산 기간 55.5년). 정식 승려가 되는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생몰년이 분명한 고승 22명을 분석한 결과다(774∼912년 출생, 850∼964년 사망).

구족계를 받은 나이는 평균 18세였고, 어린 나이(9∼10세)에 출가한 고승 3명은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았다(58∼69세 입적). 반면 90세 이상까지 살았던 승려는 모두 20대 출가자들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행자(출가 후 戒를 받지 못한 상태) 시절을 보내면 한창 성장할 나이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둘을 제외하면 승려들 대부분 정치권력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천수를 누렸다는 것도 흥미롭다. 고승들의 장수 이유로는 채식 위주의 소박한 섭생과 적당한 노동, 절제있고 규칙적인 생활이 꼽혔다.

또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고승의 질병 기록으로 보건대 당나라 유학 중에 질병을 앓거나 근골격계 질환과 중풍으로 고생한 승려가 적지 않았다. 70세 이후 사망 원인이 대부분 노환이었으며, 80세를 넘긴 승려들은 편안히 죽음을 맞았다. 스스로의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해박한 의학지식, 질병의 치유자 역할 등이 종교인(성직자)에게 기대되던 시대였으므로 양생(養生)의 측면에서도 신뢰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왕조 교체의 혼란기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며 사회통합에 공헌한 효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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