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대형마트가 코로나19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기피 여파로 지난해 백화점과 편의점에게 매출을 추월당했다. /연합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대형마트가 코로나19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기피 여파로 지난해 백화점과 편의점에게 매출을 추월당했다. /연합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는 여러 산업에 심대한 파장을 미쳤다. 대면 중심의 사업구조를 지닌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충격파를 피하지 못했다. 최강자로 군림해왔던 대형마트가 백화점과 편의점에 매출을 추월당하는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주요 유통업계 매출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오프라인 매출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매출에서 왕좌를 빼앗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형마트는 백화점에 더해 GS25·씨유(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에게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편의점 업계가 매출에서 대형마트를 제친 것 역시 관련 조사가 이뤄진 이래 처음 일어난 이변이다.

지난해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유통업 매출 중 백화점 비중은 17.0%,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각각 15.9%, 15.7%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마트에브리데이·롯데슈퍼·GS더프레시·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4사가 3.1%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만 놓고 보면 백화점 매출 비중이 32.9%였고, 그 뒤를 편의점(30.7%)·대형마트(30.4%)·SSM(6%)이 잇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재편의 불씨는 2년 전 피어올랐다. 지난 2019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 순위는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SSM이라는 순서로 굳어져 있었다. 그런데 2020년 편의점이 백화점을 누르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집 인근의 편의점 매출이 늘고, 백화점 매출은 꺾여 일어난 순위 역전이었다.

이어 지난해 백화점의 대반격이 이뤄졌다. 명품(37.9%)과 아동·스포츠(31.9%), 가정용품(22.3%)을 중심으로 전 품목의 매출이 상승하며 전년과 비교해 24.1%의 고성장을 구가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소비심리 회복이 약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또한 근거리·소량구매 선호도 확대에 힘입어 가공식품(11.6%)과 담배 등 기타품목(4.3%)을 필두로 대다수 품목의 매출이 확대돼 전년 대비 6.8% 성장이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대형마트는 잡화(-14.3%), 가정·생활용품(-11.5%) 등 거의 모든 품목의 매출이 하락하며 2.3% 역성장이라는 된서리를 맞아 백화점과 편의점에 역전을 허용했다. 점포 수가 전년의 396개에서 384개로 줄어든 데다 다중이용시설 기피가 심화된 결과다. 여기에 온라인 소비시장 확대, 영업시간 제한, 방역패스 적용(현재는 해제) 등도 소비자 발길을 뜸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의 대형마트는 유통업계의 ‘끝판왕’ 같은 존재였다"며 "영원할 것 같았던 철옹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아직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간의 격차는 미미하다. 올해도 순위 변동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다만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하락세와 편의점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씨유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지난해의 악재들이 여전하고 마땅한 반전카드도 보이지 않는다"며 "접근성이 좋고 코로나19 관련 영업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의점이 대형마트 매출의 일부를 흡수하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2021년의 매출 증감율 추이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대형마트는 -5.1%, -3.0%, -2.3%로 3년 연속 전년 동기보다 하락했다. 이와 달리 편의점은 4.1%, 2.4%, 6.8%의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3년 중 매출이 감소한 분기가 전무하다. 특히 롯데그룹(세븐일레븐)이 최근 2600여개 점포를 가진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올해 통계부터 편의점 업계 매출로 잡히게 된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왕좌는 백화점과 편의점 중에서 나올 공산이 큰 것이다.

유통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백화점은 2019년부터 2년간 -0.1%, -9.8%의 매출 하락을 보이다가 지난해 급성장했다"면서 "성장동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일회성 반등에 그칠 경우 편의점이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업태별 매출비중.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계 업태별 매출비중.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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