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의 종이 오려붙이기 작품 20편이 실린 아트북 ‘재즈’ 가운데 하나, ‘피에로의 장례’(1947년). ‘재즈’ 수록작들은 마티스가 서커스·연극에서 본 광대·사자·검 등을 소재로 만들었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왼쪽부터) 단순하고 대담한 터치가 돋보이는 판화 ‘3개의 얼굴, 우정’(1951년), 회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석판화 ‘성모를 위한 습작, 베일을 쓴 성모’(1950∼1951년)와 ‘실내, 독서’(1925년).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에서 마티스의 드로잉과 판화 총 196점을 볼 수 있다(4월 10일까지). 마티스(1869∼1954)는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라고 평가된다. ‘색’만으로 ‘형태’를 만들어낸 작품들이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는 드로잉·판화, 색종이 오리기 같은 말년 작품에 주목했다. 세 명의 컬렉터 소장품들이다. 24점을 제외한 나머지가 30년 넘게 마티스의 판화를 수집해온 영국인 버나드 제이콥슨이 대여했다. 호주 시드니 주립미술관과 앙리 마티스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볼티모어 미술관에선 작년 말부터 마티스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베이징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마티스의 드로잉과 판화는 이미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인기다. 그의 작품을 활용한 포스터·엽서가 일명 ‘감성샷’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특유의 모던함과 경쾌한 에너지 때문이다. 다양하면서도 단순한 것, 질서·조화의 창조가 마티스의 과제였다. 본인의 표현을 빌면, "균형 잡힌 무구(無垢)한 그림" "탈진한 사람에게 조용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그림"을 추구했다. ‘색채의 해방자’ ‘야수파 창시자’라지만 ‘선의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판화 ‘3개의 얼굴, 우정’(1951년)이나 ‘성모를 위한 습작, 베일을 쓴 성모’(1950∼1951년)는 마티스의 손에 실린 무게 만큼 굵어지거나 가늘어지고, 들쭉날쭉하거나 직선이 된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평생 시도한 6가지 판화 기법을 따라 작품을 구분해 놓았다. 드로잉이라 착각할 정도의 ‘실내, 독서’(1925년)는 앞선 작품들과 다른 섬세함을 보여준다.

전시 후반부엔 ‘종이 오려붙이기 작업(컷아웃)’이 있다. 1941년 십이지장암 수술 후 병상에 있으면서 그는 가위를 들고 색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 때의 대표작이 20편의 컷아웃 작품을 수록한 아트북 <재즈>(1947년)다. 큰 종이 위에 밝은 색상을 칠하고, 칠한 종이를 가위로 오려 모양을 만들어냈다. 가위질에서 유동성을 발견한 그는 "가위가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라고 평했다. 심지어 가위를 쓰는 작업 과정을 ‘가위 그리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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