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주커(56) 미국 CNN 방송 사장이 2일(현지시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

대통령 재임 중인 트럼프와의 설전으로 유명세를 탄 제프 주커(56) 미국 CNN 방송 사장이 9년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앨리슨 골러스트 수석 부사장과의 ‘사내 연애’가 발각된 게 큰 이유라고 알려져 더 화제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주커 사장은 회사 측이 진행한 크리스 쿠오모(전 앵커) 관련 조사 과정에서 자신과 동료 임원과의 사적인 관계가 드러나자 사임을 결정했다. 그와 연인 관계인 동료 골러스트는 CNN에 남는다.

NBC 시절부터 20년 이상 함께 일해온 주커 사장과 골러스트 부사장 모두 이혼한 상태지만, 전 배우자와 결혼을 유지하며 이뤄진 ‘내연관계’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론 주커 사장이 자사 간판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를 비호한 게 문제였다. 크리스 쿠오모는 친형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성추문 대응에 관여하고 조언한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다. 정치문제로 비화한 사안에 사적인 관여가 언론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주커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서 한층 승승장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커 사장을 해고해야 한다"며 CNN을 압박했으나, 오히려 미디어계에서 가장 힘 있는 리더의 한사람으로 부상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국익, 서민·중산층의 몰락에 비례해 명예·부를 쌓아온 기득권층을 비판하며 등장한 이래 CNN의 편파적 논조는 도를 더해갔다. 민주당과 조 바이든 정부를 감싸며 그 반대 진영에 날선 공격을 퍼붓는 CNN에서 과거의 품격과 신뢰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대놓고 ‘트럼프 저격수’ 선봉에 서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주류 미디어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공정성 역시 크게 훼손된 시대다. 친중·글로벌리트의 하나로 지목되는 페이스북은 트럼프 계정을 정지시켜 이중잣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지난해 한 칼럼을 통해 신랄한 현실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실리콘 밸리 거대 기업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며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폭정을 일삼는 중국공산당의 선전·선동 게시물은 계속 허가한다", "이러한 행위가 일반 대중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오히려 트럼프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2020년 대선 패배자 트럼프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몰아내는 행위는 이들 기업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추가 근거다."

최근 구글·아마존·메타(옛 페이스북)·애플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기업이 워싱턴DC 주요 싱크탱크에 기부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를 반독점 법안 등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정치권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판 ‘강남 좌파’인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에 대한 불만이 더욱 고조되는 중이다. 정치·경제·언론·학계의 주요 자리를 차지한 채 다양성과 인권·평등·공정·시장 규제 등을 역설하지만, 실제론 불평등·불공정한 기득권의 최대 수혜자들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다가오는 중간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라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가 바짝 긴장해 있다.

 

제프 주커 사장의 사내연애 상대자로 알려진 앨리슨 골러스트 CNN 수석 부사장.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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