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사가 아닌 우호적 방문' 조건으로 방중 허가 고려 중
올림픽 성화봉송 최종 주자 신장 출신 선정, 서방에 '맞불'
美 하원, 올림픽 개막식 직후 대규모 對中 견제법안 가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중국에 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 /신화=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중국에 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 /신화=연합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5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지역 방문에 대한 허용을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려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중국 당국 간 접촉을 통해 (미첼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가 신장을 포함해 중국의 실질적 방문을 허락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평화·안보·기후변화·생물다양성을 포함해 지속가능한 개발·인권 등 유엔의 모든 업무에서 중국과의 향상된 협력을 희망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그러나 구테흐스 총장과 시 주석의 만남을 전하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기사에서 인권에 관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 위구르족을 비롯한 신장 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 수십만 명을 수용소에 가둔 채 강제 노동 등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는 게 국제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중국의 위구르인 탄압을 ‘종족 말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한 미·서방 국가들이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은 ‘강제수용소가 아니라 직업훈련 시설’이라며 반박해왔다.

성화봉송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주자에 신장위구르자치구 태생의 스키 선수 디니거 이라무장(20·여)이 선정된 것 또한 국제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거의 무명인 선수를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로 내세운 것은 인권문제를 불식시키는 한편, 다른 나라의 지적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미국의 거듭된 만류를 무릅쓰고 개회식 참석을 결정했다. 신장 자치구에 대한 인권 보고서를 곧 펴낼 예정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바첼레트 수석 대표의 신장 방문을 추진 중이다. 중국 측은 이 방문의 허가를 고려 중이라지만, 올림픽 개막 전 신장 인권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을 것과 ‘조사가 아닌 우호 방문’이어야 한다는 조건부였다.

한편 미 하원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직후,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대규모 대중(對中) 견제법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6월 상원이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킨 지 8개월만에 이어진 조치로서, 금후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 따르면 연구·개발 투자에 3000억 달러(한화 약 360조 원), 반도체 제조에 520억 달러(62조 원)가 배정된다.

 

공급망 차질 완화를 위해 6년간 450억 달러(53조 원)를 지원하는 방안, 시장을 왜곡하는 중국의 무역관행에 맞서기 위해 반덤핑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특히 기업이 미국에서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면 미국에 기반을 두지 않더라도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커, 삼성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성화 최종주자로 나선 이라무장(왼쪽). /EPA=연합
성화 최종주자로 나선 이라무장(왼쪽). /EPA=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