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람 이매뉴얼(왼쪽) 신임 미국 대사와 주먹인사를 하는 기시다 총리. 지난달 말 부임한 이매뉴얼 대사는 총리 예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AP=연합

첨예한 미·중 갈등 속 일본이 미국에 밀착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면서 경제적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일본산 철강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를 일부 면제할 방침을 드러냈다. 양국 정부가 큰 틀에서 이같은 내용의 합의에 근접했다고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대부분의 면제 조치는 올 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냉전시대의 대한민국과 신냉전시대 대만의 경우에서 보듯, 안보와 경제 등 실질적인 국익에 외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또 한번 확인시켜 준다.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작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경제산업상의 실무 협의를 통해,미국이 일본산 철강 수입 물량의 일정량에 무(無)관세를 적용하는 것으로 조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은 수입 증가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일본·캐나다·유럽연합(EU) 등에 추가 관세을 부과했다(철강에 25%·알루미늄 10% 추가). 일본은 지난해 조 바이든 정권 출범 후까지 이어진 이 관세의 완전 철폐를 요구해왔다.

앞서 미국의 추가 관세에 EU가 보복 조치를 발동하는 등 양측의 무역마찰이 빚어졌다. 미국은 결국 지난해 10월 추가 관세를 유지하되 무관세 수입량을 설정하기로 했고, 일본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다. 일본산 철강 수입 쿼터 규모와 기타 세부 사항까지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관세 면제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미일동맹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있어서 한미동맹 못지 않게 중요한 발판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의 주요 후방 보급기지가 일본이었다는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 주일 미군이 주한 미군보다 규모가 크고 확고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략이 준비되는 가운데, 일본의 다양한 기회는 자연히 더 늘어날 것이다. 1980년대 세계 제일을 점할 기세였던 일본 경제가 어떻게 쇠퇴하며 ‘거품 붕괴’와 함께 장기 침체에 빠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미국의 전략으로 일본의 가능성은 억제됐고, 많은 기회들이 우리나라에 주어졌다. 소니를 제친 삼성,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은 이렇게 실현됐던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경제 체제’(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통해, 디지털 무역·공급망·친환경 기술 등 의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그 우호국들의 긴밀한 협력이 추진되는 중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호주·영국과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고 인도·일본·호주와 4각 협력체 ‘쿼드’를 결성, 나아가 경제적 외교 강화에 나섰다. 일본이 재빨리 미국에 가장 동조하는 자세를 취했다.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등 동맹 중 대처가 가장 기민하다. 한편 2018년 문재인 정부 하의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 당했다. 이로써 2015~2017년 연평균 383만 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이 연간 200만t대로 축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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