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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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가치를 명시하는 헌법의 영어 단어는 컨스티투션(Constitution)이다. 이는 컨(Con, 다같이) 스티투트(Stitute, 건설하다), 즉 국가의 기본 틀이 되는 법제도를 함께 세운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 신정체제였던 중세유럽은 교회를 통한 신의 의지가 지배했다. 그런데 왕이 지배하는 세속사회가 늘어나면서 일상이 원하는 현실적인 통치원리가 필요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중세 세속국가들은 로마법에서 그 통치원리를 가져왔다.

로마는 신분제 사회였지만 자유인과 노예의 관계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자유인의 가치는 시민의 공적영역에서의 명예의식으로 판가름 났다. 로마의 정무관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필히 군복무를 이행한 인물이어야 했다.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무보수로 시민에 봉사하는 명예직이었다. 그런 로마시민 앞에는 항상 ‘명예로운’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중세의 로마법 수용은 근대 개인의 탄생을 예비하는 인간적 자아의 복원과정이었다. 재산권 확립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행복추구권까지 중세 이후 근대를 향한 인간의 법체계는 점진적으로 건축(Stitute)되어 갔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로마공화국에서 미국을 건축할 법철학과 실증법을 가져왔다. 이들은 로마법강독회라는 다양한 사적 스터디그룹을 운영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영문이름 위에 로마식 별명을 하나씩 붙일 정도로 로마의 법철학을 함께 논의하고 탐독했다. 그 바탕 위에 미국독립선언서가 나왔다. 그 영향으로 프랑스혁명과 프랑스인권선언서가 나오게 되었다. 이런 근대적 법체계의 발전은 나폴레옹 법전이후 오늘의 자유민주주의적 법체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말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함께 로마공화국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명예로운 시민의 덕목을 갖춘 다수의 시민이 법치에 따라 통치하는 국가공동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문 정권 5년에서 보았듯이 시민의 공덕심과 법치가 유린당할 경우, 얼치기 이념을 앞세운 사악한 선동가로 인해 언제든지 대한민국이란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심장에 각인하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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