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년간 전 세계 암호화폐거래소 해킹을 통해 불법 취득한 암호화폐 수익을 핵·미사일 기술 개발을 위한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다는 유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제출한 보고서 초안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1월에만 7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뚜렷한 기술 진보를 보여줬다면서, 그 배경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유·무형 자원을 암호화폐 해킹을 통해 조달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20년~2021년 중반까지 북미·유럽·아시아 등 최소 3개 암호화폐거래소에서 5000만달러(약 600억원) 이상을 훔쳤다. 또 북한이 지난해 암호화폐 플랫폼에 대해 최소 7건의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여 4억달러(약 4800억원)를 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유엔안보리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 미사일 기술 개발 속도에 대한 안보 전문가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단서가 되고 있다. 최근 1~2년간 북한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미사일 기술 진보를 보여 왔다. 올해 초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북한이 처한 경제 사정과 현재까지의 노동·화성 미사일 개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개발 속도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불법 해킹한 암호화폐 수익으로 러시아산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을 수입하여 외형만 북한식으로 개량하여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미사일을 한 번 쏠 때 드는 비용은 대략 100만~150만 달러(12억~18억원) 정도. 지난 1월 북한이 쏜 미사일 9발에 최소 1650만 달러(약 198억원)가 들어간 셈이다. 북한은 이 돈을 불법해킹으로 충당해왔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유엔안보리 전문가들은 또 "북한은 해외에서 핵·미사일 소재와 기술, 노하우 습득을 지속 모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러시아 등이 그 배후에 있음을 암시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개로 러·북간 물밑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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