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좌회전 정책이 부른 ‘탈선 경제’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로 패닉에 빠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과 연말 특수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7시께 서울 시내 한 먹자 골목의 모습. /연합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로 패닉에 빠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과 연말 특수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7시께 서울 시내 한 먹자 골목의 모습. /연합

① 부동산 정책 실패의 희생양, 벼락거지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몇달 남겨두지 않은 지금도 국민과 기업은 어둡고 긴 터널을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허황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세금으로 이를 땜질하면서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반(反)시장·친(親)노조 정책으로 기업환경은 온통 지뢰밭이 됐다. 경영진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수없이 많아 최고경영자(CEO)가 감옥에 갈 각오를 하지 않으면 공장 가동조차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은 완전하지 않다. 무임승차 문제는 물론 공유지의 비극도 발생한다. 시장의 정보 역시 평등하지 않다. 이 같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가 개입하면 ‘정부 실패’는 당연한 귀결이다. 정상적 궤도를 이탈하는 ‘탈선(脫線) 경제’인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자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경제정책을 되짚어보는 시리즈를 통해 차기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편집자 註]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 서민생활의 가장 큰 적이라며 임기 내내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 가격은 잡겠다며 굵직한 대책만 12차례 쏟아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세금 폭탄’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데칼코마니’다. 방향과 색깔이 같다는 것인데, 규제 강도는 더욱 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주택의 취득·보유·처분에 거친 모든 단계의 세 부담을 늘리고, ‘대출 난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줄 역시 바짝 조이고 있다. 주택은 필수재인 만큼 세금이 많다고 안 살 수가 없는데, 규제만 밀어붙이니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 부문도 판박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됐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유예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부활시켰다. 문재인 대통

령이 "과거처럼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공급 확대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음을 의미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 중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은 노무현 정부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액 1위는 문재인 정부다. ‘규제의 역설’이자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확실한 지표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 부동산 문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또다시 오를 기미가 보이면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주머니 속의 수많은 대책은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강압적 수요 억제와 징벌적 과세의 또다른 이름이었음이 밝혀진 것은 오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넘어 고차원의 방정식이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로 접근했다.

실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지난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저서를 통해 "부동산은 경제정책이자 사회정책, 그 자체가 정치이기도 하다"고 썼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이기도 한 김수현 전 실장은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돼 아파트로 바뀌면 한때 야당(진보 정당)의 아성이었던 곳들이 보수 정당의 표밭이 된다"고도 했다. 주택을 계급의 문제로 본 부동산 정책의 정치화, 즉 ‘부동산 정치’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투기꾼’이란 낙인과 ‘손을 보겠다’는 응징의 집요함이 묻어난다. 이는 잠시 무주택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할 수 있지만 국민 상당수를 ‘벼락거지’로 만드는 부메랑이 됐다.

벼락거지는 한순간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의 상대적 개념이다. 집을 사지 못해 집을 가진 사람과 자산격차가 벌어진 사람을 일겉는다.

이것만으로 벼락거지의 개념을 설명하기에는 빈약하다. 벼락거지 대부분은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을 믿고 주택 구매를 미루었다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터무니 없이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벼락거지는 정부 실패에 따른 희생양이다.

신종 우울증인 ‘부동산 블루’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때 집을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집 못사게 말린 가장에 대한 원망, 뛰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공포 등은 감정의 파탄까지 불러온다.

정치적 성향이 좌(左)든 우(右)든 부동산은 부동산일 뿐이다. 다만 주택은 비탄력성으로 인해 1%의 과수요만 발생해도 가격이 급등하기 일쑤다. 그래서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으로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같은 부동산 문제에 운동권 아마추어들이 칼을 휘두를 때부터 참사는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경제학자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문재인 정부는 경제학 원론과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추가 규제나 세금 카드는 보완책일 뿐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아무리 선한 의도였다고 강변하더라도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이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신념(이념)과 시장을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도 잘못 나오고, 시장이 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확실하게 실패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패신화와 정부 불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이념에 갇힌 맹신일 뿐이다.

오늘날 집 한 채는 집값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젊은이들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결혼과 출산을 할 확률이 높아지고, 저축과 재테크를 계획할 가능성이 늘어난다. 집은 주거 공간이면서 삶의 희망과 미래를 담는 그릇이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를 투기꾼으로 몰고, 여기에서 발생한 자본이득을 불로소득으로 폄훼하는 것은 정치적 횡포다.

이는 시장경제를 부자와 빈자, 즉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정의롭지 못한 기제로 파악하는 진보 진영의 이념 지향성에서 기반한다는 관측도 있다. 끊임없이 토지 공개념의 입법화와 주택거래허가제 등 재산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거론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강남을 비롯한 좋은 지역에 자기 집을 갖고 있다. 2주택자, 3주택자도 많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는 굳이 자기 집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들도 믿지 않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피해는 오롯이 침몰하는 국가 경제와 살 곳이 막막한 무주택자, 신혼부부, 청년 등 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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