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부산 해운대를 찾아 "정치 세력 교체가 아닌 정치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라며 ‘양당 독주 체제 극복’과 ‘소수정당 국정 참여’ 등을 내걸었다. 군소정당 후보인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과 손잡고 강력한 야권후보로 자리 잡은 윤석열 후보에 대응하자는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심지어 얼마 전 본인 스스로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했던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네 편 내 편, 좌파 우파, 박정희 김대중 정책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를 만들겠다"라는 말까지 했다. 다음날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찾아가 비공개로 회동했다. 막다른 길에 몰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러한 행태를 보고 얼마 전 관람했던 <킹메이커>라는 영화가 떠올라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었다. 영화 <킹메이커>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김운범 役, 설경구 분)과,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던 선거 전략가 염창록(서창대 役, 이선균 분)을 주인공으로 하는 실화 기반의 영화다. 1961년 강원도 인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당시 김대중 후보가 염창록을 알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에 승리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인물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순수하고 강직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김운범 후보는 ‘이기려고 덤벼들면 제 부모 위패도 팔아먹을 양반’이라는 평을 듣는 서창대라는 인물에게 "당신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위기의 순간마다 그를 기용해 승리한다.

허울뿐인 정치 목적을 명분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권력을 탐하는 욕심은 영화 속 누군가와 현실의 이재명 후보가 결코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온갖 허위사실과 음해, 미사여구를 앞세워 군소정당 후보에게 손을 내밀고 국민 앞에서 세 치 혀를 이용해 마치 본인들의 집권만이 대의를 위한 것이라 외치는 가증스러움은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의 ‘꼼수’에 속아 공수처법을 함께 통과시켜줬음에도 배신당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다. 박원순과 문재인에 후보를 양보했지만 역시나 배신당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배신당한 국민이 있다. 이재명 후보, 자신의 약점과 악행을 가리기 위해, 오로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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