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야욕' 알릴 호기로 삼아야...학술적 대응도 시급
올림픽 개막식 한복 등장 이후 '반중 정서' 불길 일어
도 넘은 '자국 만물 기원설'...스파게티도 중국것 우려
국력 커지자 정치·군사 패권 넘어 '문화 패권'까지 노려
중국에게 일종의 ‘자국 만물기원설’은 오래된 감성·논리에 속한다. 정치·경제·군사 패권을 넘어 문화 패권을 꿈꾸며 근년 강하게 표출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들 중엔 심지어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도 들어간다.
’한복’ ‘김치’ ‘갓’ 등을 둘러싸고 양국 네티즌들의 설전이 이미 여러 차례 벌어진 바 있다. 우리가 분명히 깨달아야 할 점은, 이 모든 게 오랜 세월 잠복해 있던 ‘중화적 세계관’이 국력 신장의 자신감 속에 불거져 나온 사태라는 사실이다. 중국의 ‘역사 공정’ ‘문화 공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세계인의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일본·대만·베트남 등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들과의 연대, 국제사회를 향한 보다 적극적인 호소와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중화문명’의 근본 체질·속성에 기인하는 중국의 태도는 ‘올 것이 온 것’일 뿐, 결코 ‘뜬금 없는’ 현상이 아니다. 이를 넘어설 인문학적 논리 마련을 위해 학술계의 본격적인 노력 또한 절실하다.
이번에 폭발한 한국과 중국의 ‘한복 갈등’은 미국 게임업체와 패션잡지의 인스타그램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8일 정보기술(IT)업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비디오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이달 초 시뮬레이션 게임 ‘심스’(The Sims) 인스타그램 계정에 ‘Happy Lunar New Year’(즐거운 음력설 보내세요) 문구와 우리 한복을 입은 남녀 커플의 캐릭터 이미지를 게시하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반발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음력설은 모두 고대 중국문화의 영향이다", "심스 게임 불매 운동을 벌이자", "심즈4 해적판 살 걸 후회된다" 등에 다수의 동조 댓글이 달렸다. 반론도 있다. "코로나19 이외의 모든 것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나. 조만간 달까지 중국 소유라 할 것 같아 보기 민망하다", "음력의 시작은 메소포타미아로서 쌀농사 지역에선 음력설이 보편적이다. 이런 것을 중국것이라 우기다니 나치와 다를 게 없다" 등이다.
한편, 미국의 세계적 패션지 ‘보그’는 우리의 한복풍 의상을 중국 전통복장 ‘한푸’(漢服)라고 소개했다. 이달 초 보그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十音) 사진과 함께 "한푸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라는 설명을 게시한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한푸에 관심을 가진 보그에 감사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2018년 보그 영문판 Hanbok 특집엔 아름다운 한복 차림이 여러 컷 올랐으나, ‘Korea’ 표기가 보이지 않는다(Hanbok은 광동어 발음과 유사해 ‘중국옷’으로 착각될 소지마저 있다). 항의하는 네티즌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보그의 관련 웹페이지는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 드라마·영화의 세계적 진출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릴 기회가 늘었으나, 해외 팬들의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