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야욕' 알릴 호기로 삼아야...학술적 대응도 시급
올림픽 개막식 한복 등장 이후 '반중 정서' 불길 일어
도 넘은 '자국 만물 기원설'...스파게티도 중국것 우려
국력 커지자 정치·군사 패권 넘어 '문화 패권'까지 노려

세계적 패션잡지 ‘보그(Vogue)’의 2018년 한복 특집. Hanbok이라 했을 뿐 한국을 명시한 Korea, Korean‘ 표기가 없다. 한편 이달초 보그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十音)의 사진과 함께 한푸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개 글을 게시해 중국네티즌들의 호평과 감사 댓글이 쏟아졌다. /보그
세계적 패션잡지 ‘보그(Vogue)’의 2018년 한복 특집. Hanbok이라 했을 뿐 한국을 명시한 Korea, Korean‘ 표기가 없다. 한편 이달초 보그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十音)의 사진과 함께 한푸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개 글을 게시해 중국네티즌들의 호평과 감사 댓글이 쏟아졌다. /보그
이달초 보그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 유튜버 ‘스인’(十音)의 사진. Hanfu가 SNS에서 인기라는 소개 글이 게시돼 중국네티즌들의 호평과 감사 댓글이 쏟아졌다. /보그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이달초 보그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 유튜버 ‘스인’(十音)의 사진. Hanfu가 SNS에서 인기라는 소개 글이 게시돼 중국네티즌들의 호평과 감사 댓글이 쏟아졌다. /보그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댕기머리와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성이 일개 소수민족으로 등장해 큰 논란이다. 우리의 고유 의상 ‘한복(韓服)’의 ‘국적’ 문제가 드디어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됐다. 중국 ‘문화공정’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일만은 아니다. 정치권을 비롯해 한국인들이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청와대만 예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침묵하던 청와대가 겨우 내놓은 논평은 이렇다. "한복이 우리 의복문화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에게 일종의 ‘자국 만물기원설’은 오래된 감성·논리에 속한다. 정치·경제·군사 패권을 넘어 문화 패권을 꿈꾸며 근년 강하게 표출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들 중엔 심지어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도 들어간다.

’한복’ ‘김치’ ‘갓’ 등을 둘러싸고 양국 네티즌들의 설전이 이미 여러 차례 벌어진 바 있다. 우리가 분명히 깨달아야 할 점은, 이 모든 게 오랜 세월 잠복해 있던 ‘중화적 세계관’이 국력 신장의 자신감 속에 불거져 나온 사태라는 사실이다. 중국의 ‘역사 공정’ ‘문화 공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세계인의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일본·대만·베트남 등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들과의 연대, 국제사회를 향한 보다 적극적인 호소와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중화문명’의 근본 체질·속성에 기인하는 중국의 태도는 ‘올 것이 온 것’일 뿐, 결코 ‘뜬금 없는’ 현상이 아니다. 이를 넘어설 인문학적 논리 마련을 위해 학술계의 본격적인 노력 또한 절실하다.

이번에 폭발한 한국과 중국의 ‘한복 갈등’은 미국 게임업체와 패션잡지의 인스타그램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8일 정보기술(IT)업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비디오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이달 초 시뮬레이션 게임 ‘심스’(The Sims) 인스타그램 계정에 ‘Happy Lunar New Year’(즐거운 음력설 보내세요) 문구와 우리 한복을 입은 남녀 커플의 캐릭터 이미지를 게시하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반발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음력설은 모두 고대 중국문화의 영향이다", "심스 게임 불매 운동을 벌이자", "심즈4 해적판 살 걸 후회된다" 등에 다수의 동조 댓글이 달렸다. 반론도 있다. "코로나19 이외의 모든 것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나. 조만간 달까지 중국 소유라 할 것 같아 보기 민망하다", "음력의 시작은 메소포타미아로서 쌀농사 지역에선 음력설이 보편적이다. 이런 것을 중국것이라 우기다니 나치와 다를 게 없다" 등이다.

한편, 미국의 세계적 패션지 ‘보그’는 우리의 한복풍 의상을 중국 전통복장 ‘한푸’(漢服)라고 소개했다. 이달 초 보그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十音) 사진과 함께 "한푸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라는 설명을 게시한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한푸에 관심을 가진 보그에 감사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2018년 보그 영문판 Hanbok 특집엔 아름다운 한복 차림이 여러 컷 올랐으나, ‘Korea’ 표기가 보이지 않는다(Hanbok은 광동어 발음과 유사해 ‘중국옷’으로 착각될 소지마저 있다). 항의하는 네티즌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보그의 관련 웹페이지는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 드라마·영화의 세계적 진출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릴 기회가 늘었으나, 해외 팬들의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심즈4의 음력설 게시물. 세계적 게임 심즈 시리즈의 하나다. /연합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장면. 한복차림 여성이 중국 56개 소수민족의 하나로 등장했다. /연합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장면. 한복차림 여성이 중국 56개 소수민족의 하나로 등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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