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991년 한반도기와 2018년 한반도기
[시론]1991년 한반도기와 2018년 한반도기
  • 최성재
  • 승인 2018.02.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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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소수교, 정상회담 후 협약서에 서명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 출처=대통령기록관
1990년 한소수교, 정상회담 후 협약서에 서명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 출처=대통령기록관

[최성재 문화교육 평론가]

[1991년의 한반도기는 태극기나 다름없었지만, 2018년의 한반도기는 인공기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 중에서 북한의 도발을 원천 봉쇄한 정부가 딱 한 정부 있다.

김대중 정부? 천만에! 연평해전만 해도 두 번(1999년, 2002년)이나 있었다. 그것도 두 번째는 저 유명한 참수리호의 분패(憤敗) 악몽이었다.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과 터키의 건곤일척, 월드컵 준결승전 축제에, 5천만의 월계관 정수리에 찬물을, 얼음물을 쫙 끼얹었던 패전이었다. 고 윤영하 소령 포함 여섯 참수리 용사의 수중고혼(水中孤魂) 악몽이었다.

1999년 6월 15일의 1차 연평해전에서 국군이 압승한 후, 김대중 정부가 급조한 괴이한 교전수칙(交戰守則) 때문에, 압도적 화력과 최첨단 자동조준 설비(automatic aiming system)를 갖고도 ‘선제공격 절대불가’라는 곧 ‘적군의 구닥다리 저속정(低速艇) 수동조준(manual aiming) 대포에 아군의 고속정(高速艇) 옆구리를 먼저 대 주라’는 괴이한 교전수칙 때문에, 절대 질 수 없는 전투에서 분패한 2차 연평해전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큰형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거저 퍼 주기만 하면, 평화의 늙은 호박이 거짓말처럼 휴전선 너머로 넝쿨째 굴러온다고 그렇게 전 세계를 상대로 떠들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바로 그 돈으로 김정일이 휘파람 부르며, 북한의 최대 인기곡 ‘휘파람’을 부르며, 싱글벙글 보란 듯이 핵폭탄을 개발하여 1차 핵실험을 단행한 때가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아닌 바로 노무현 정부, 남북의 정권이 속닥속닥 밀월을 즐기던 노무현 정부 때였다(2006).

각기 총칼과 굶주림으로 3백만을 학살한, 도합 6백만을 학살한 저 무지막지한 김일성과 김정일도 벌벌 떨었던 정부는 어느 정부였을까? 노태우 정부! 물태우라고 놀림 받던 노태우를 상대로는 살인마 부자(父子)도 감히 허튼 수작을 못 부렸다. 왜, 그랬을까?

평창동계올림픽 강릉 선수촌 내 북한 숙소에 걸린 인공기.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강릉 선수촌 내
북한 숙소에 걸린 인공기. 연합뉴스

그들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숫제 상대도 안 되는 김정은도 오로지 큰형님 중국과 막냇동생 한국을 믿고 지구촌 총사령관 트럼프와 당당히 욕설의 설전을 벌이며 정월 대보름에 불꽃놀이 즐기듯이 미사일을 펑펑 날리는데, 김일성 부자가 노태우는, 정치 코미디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등장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동네북 신세였던 노태우는 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북방정책! 노태우의 북방정책은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김일성 부자의 숨통을 조였던 것이다. 거대한 비단뱀에, 홉스(Hobbes)의 리바이어던(Leviathan)급 비단뱀에 온몸이 친친 감겨서, 당시 김일성 부자는 숨만 간신히 헐떡이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두 하늘 러시아와 중국이 원유도 끊고 식량도 끊고 신무기도 끊었던 것이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수입도 안 해 주고 수출도 안 해 주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빚 갚으라고, 반세기 동안 한 푼도 안 갚은 빚이나 당장 갚으라고, 그것도 반드시 경화(硬貨 hard currency)로, US 달러로 갚으라고 날이면 날마다, 달이면 달마다 독촉했던 것이다.

1991년 당시 러시아는 소련에서 14개 나라를 독립시켜 주고 1917년 10월 혁명 전의 러시아제국보다 작은 나라로, 살인적 인플레이션 10,000%의 나라로, 깡패와 도둑과 거지의 나라로 전락하여, 노태우 정부로부터 30억 US 달러를 받고 감격에 겨워 굵은 눈물을 훔치고 있는 중이었다.

6.25사변은, 한국전쟁이 아니라, 6.25동란은 스탈린과 모택동과 김일성이 삼인일심(三人一心)으로 작당하여 일으켰다는 극비 문서를 언제라도 넘겨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1994).

한편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의 유혈진압 충격이 워낙 커서 국내외적으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중이었다. 1992년 등소평(邓小平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讲话)를 이때만 해도 예측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노태우는 이미 1990년에 러시아와 국교를 수립했고 1992년에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서울대 뒷문 출신 대통령 정부답게 국제적 역사적 안목은 초등학생 수준이라, 김일성 부자가 은밀히 내려 보낸 ‘흡수통일 반대’ 반간계(反間計)를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노태우의 북방정책을 조금만 더 밀어붙였으면, 그때 바로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평화적 자유통일을 쟁취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맞았던 것이다.

그것은 김일성 부자나 곧 등장할 핵(核)볕파에겐 악몽 그 자체였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그들은 남북합작으로 독일의 흡수통일을,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평화적 자유통일을,

난민이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환상적 통일을,

만화가도 그리지 못할 환상적 통일을 죽기 살기로 헐뜯었던 것이고,

다리만 천리마처럼 튼튼했을 뿐 머리는 지렁이의 자율신경처럼 원시적이었던 김영삼 정부가 덩달아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나름의 학신(확신)을 갖고 역사적 사명을 띠고, 민족공영하고 인류평화를 정착시킨다며 그에 신바람 일으키며 동조했던 것이다. 좌파숙주 김영삼!

바로 이런 시기에 5차 남북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맺어지고(1991), 남북단일 탁구팀이 구성되면서 한반도기가 등장한 것이다(1991). 그때 우리가 태극기를 고수했으면, 북한은 따라올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는데, 너무 불쌍해서 크게 양보한 것이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 ‘코리아’로 출전한 현정화(오른쪽)·이분희 선수가 여자 단체전에서 복식을 이뤄 경기하고 있다. 당시 단일팀은 여자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현정화는 22세, 이분희는 23세였다. 가슴에 한반도기를 달고있다. 출처=중앙일보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 ‘코리아’로 출전한 현정화(오른쪽)·이분희 선수가 여자 단체전에서 복식을 이뤄 경기하고 있다. 당시 단일팀은 여자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현정화는 22세, 이분희는 23세였다. 가슴에 한반도기를 달고있다. 출처=중앙일보

노태우 정부 시절에 북한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여러 회담에 임했는지, 사람들은, 냄비 국민은 싹 잊어 버렸다. 북한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떼를 전혀 쓰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한국이 혹시라도 어깃장을 놓을까 봐, 노심초사, 자본주의의 여느 기업이나 자유민주주의의 여느 국가가 상담하거나 회담할 때처럼, 당시 북한은 누가 봐도 상식과 이성을 갖고 고분고분 각종 회담에 임했던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거나 반박하거나 양보하는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는 것뿐이었다.

또한 남북의 여자 탁구선수는 당시로선 실력이 비등하였다. 한국의 현정화와 북한의 이분희가 힘을 합치면, 탁구의 만리장성을 넘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과연 단일팀은 한 달 이상의 화기애애 합숙 훈련으로 세계선수권에서 실지로 중공의 마녀들을 무릎 꿇리고 한반도기를 흔들었다(1991). 이때 한반도기를 보고 분개한 사람은 한국에서 화교(華僑) 외에는 없었으리라.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은 전혀 경우가 다르다. 거대한 아대륙(subcontinent) 인도와 땅콩 섬 몰디브처럼 다르다. 이건 한국이 3수 만에, 삼신할미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늘어져, 12년간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개최권을 획득한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다. 탁구 한 종목과는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게다가 겨울올림픽은 선진국, 또는 오늘날 중국같이 일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세계평균에도 못 미치지만, 인구와 제조업과 외환보유고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으로 떠오른 나라가 아니면 개최할 엄두도 못 내는 축제다.

천문학적 돈과 최첨단 과학과 영화 속 얼음궁전에나 나올 환상적 스포츠 기량의 축제다. 개도국의 절대 다수가 한 명이라도 출전 자격을 얻으면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일 정도로 출전권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인, 말 그대로 참가가 곧 국가적 영광인 스포츠 축제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남미에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지만, 그들에겐 그냥 동화 속 축제, 남의 나라 스포츠 축제일 뿐이다.

북한같이 눈과 얼음이야 많지만, 오로지 동족을 학살할 대량살상무기만 개발하느라 현대적 시설을 갖출 엄두도 못 내는 불모의 땅은, ‘헬 조선’은, 북한은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가 겨우 2명밖에 없었지만, ‘파라다이스 코리아’는, 대한민국은 일찌감치 95명 출전 자격을 확보했고, 최종적으로 144명이 출전권을 획득한 것만 봐도 알겠지만, 남북 단일팀이란 것은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자다가 홍두깨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홍두깨도 어이없어 도망간다.

더군다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의 일제시대도 아닌데, 가슴의 선명한 태극기를,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하루아침에 다 지우고, 다 떼 내고,

광활한 만주, 하다못해 일제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간도와 세종대왕이 정벌한 대마도를 그려 넣은 것도 아닌 한반도기로,

그저 독도 점 하나 찍은 초라한 한반도기로,

김대중 정부가 일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중간수역(intermediate zone)에 독도를 편입시켜 주는 바람에(1998) 국제법상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공동 영토로 바뀐 독도 점 하나 찍은 초라한 한반도기로 싹 바꾸고,

그 많은 체육복을 몽땅 새로 맞추고,

애국가도 말살하고,

영문(英文) 헌법에 명시된 Korea(한국)도 Corea(고려)로 바꾼 것은 중국으로 난 쪽문 외에는 ‘헬 조선’이, 북한이 핵미사일과 북한인권으로 사방이 철벽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스스로 자명고를 찢고 자명종을 부수고 적에게 성문을 활짝 열어 성을 통째로 헌납한 거나 마찬가지다.

백번 양보하여 공동입장 시 한 손에 태극기, 한 손에 한반도기나 인공기를 드는 것까지는 용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국이 개최한 지구촌 축제 내내 태극기를 무슨 적폐기(積弊旗)처럼 불온시(不穩視)한다는 것은 국가 반역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애국가를 무슨 기미가요(君ガ代)처럼 불온시한다는 것은 국가 반역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개최하는 대회지,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일회적 서울평양 어린이 운동회가 아니다. 이걸 통째로 양보한다는 것은 양보한 게 아니라, 승리 선언만 남은 대첩(大捷)에서 갑자기 아군의 최고 사령관이 도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나, 일방적으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스스로 기를 내리고 평화 어쩌고저쩌고 횡설수설하면서 적에게 무조건 항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의 한반도기는 인공기나 다름없다.

출처=≪평양의 소련군정≫ (김국후)
출처=≪평양의 소련군정≫ (김국후)

김일성도 99% 날조지만, 이승만에 1%도 미치지 못했지만, 독립운동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정받기 위해 1948년 9월 3일 이전까지, 「조선최고인민회의」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정식으로 채택하면서, 그해 7월에 제작한 인공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전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애절하게 흔들었던, 죽기 살기로 흔들었던 남북 공동의 국기가 태극기다.

피와 한이 맺힌 7천만 한민족의 상징이 태극기다. 평창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가슴에 인공기 달고 자격 있는 2명만 열심히 뛰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김일성 3세는 감지덕지해야 할 것이다.

바람직하기는, 정식으로 자격을 얻은 북한 선수 2명이 인공기 대신 자칭 ‘독립운동가’ 김일성처럼 자랑스레 태극기를 흔들며, 1948년 9월 3일 이전의 상징적 통일 한국을 추상(推想)하며,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며, 하루 빨리 태극기 아래 남북이 하나 되길 간절히 기원하게 허용하면, 그들은 머리가 하늘에 닿도록 펄쩍펄쩍 뛰며, 발광하듯 감격해야 할 것이다.

왜? 그것은 북한의 알파요 오메가인 김일성의 뒤를 대오도 정연하게 일편단심으로 따르는 것이니까!

김정은이 태극기를 부정한다는 것은 ‘할바마마’가 독립운동을 병아리 눈곱만치라도 한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불효막심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3대에 이은 수구꼴통 친일정권이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고백한 것이 마찬가지다.

태극기는 그만큼 신성한 것이다. 입만 떼면 건국한 지 70년이 되는 오늘날까지 친일파 타령을 애국가 봉창보다 열창하는 양반들이 왜 독립의 가장 큰 상징이었던 태극기를 스스로 장롱 속에, 춘풍 이불 속에 서리서리 감춘단 말인가. 어떤 님을 만나 짝, 사르락 펼치려고?

(2018. 2. 6.)

csj@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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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루 2018-02-09 11:45:39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국제사회의 대북정책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간에 뭔가 어긋나 돌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외국언론들도 대화 기조를 통한 남북간 긴장완화에 지지를 한다고는 하는 데 우리 정부가 너무 과하게 숙이고 들어가 남북의 균형이 깨진 것 같기도 하고 북한당국에 너무 질질 끌려다닌다는 생각입니다.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체제 선전장 역할을 하면서 이렇게 또 한 번 속고 이용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