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언론이 말하지 않는 기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라"

도널드 커크
도널드 커크

아주 새로운 신문이 첫 선을 보인다는 것은 대단히 신나고 흥분되는 일이다.

1982년 USA 투데이(USA Today) 창간 당시가 생각난다. 우리는 수많은 리허설을 거치다 갑자기 개막 첫날을 맞은 느낌이었다. 창간호 첫판이 인쇄되는 순간 말이다. 나는 이 일에 합류하기 위해 워싱턴D.C.로 완전히 거처를 옮기기 전, 이미 이 신문사의 첫 번째 국제부장이 되어 기사를 썼었다.

베이루트에서 기자로 만났던 레바논 지도자의 암살에 관한 이야기였다. USA 투데이의 창간 시절을 회상하며, 그 힘든 일을 해낸 후의 긴장과 기쁨과 피로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인쇄 저널리즘 시대의 언론인으로서, 새로운 모험인 자유일보가 온라인은 물론 인쇄본으로도 나온다니 반갑다.

인쇄 저널리즘은 인터넷 출현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쇄본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보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할 수 있으나, 인쇄된 신문이 주는 시각 효과와 질감은 특별하다.

인쇄 언론계의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들에게 신문을 사보게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신문을 시도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뉴스와 견해를 가지고 강한 목소리를 내려면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유일보는 한국의 주류 언론에 실리지 않는 기사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고의 영향력과 판매부수를 가진 신문들조차 소유주 편집자 필자가 생각하는 바를 기꺼이 표현하지 않는다는 게 요즘 내가 뚜렷하게 받는 인상이다. 경고나 암시의 형태로 오는 압력에 겁을 먹고 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반대세력의 출현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민주사회에 빠질 수 없다. 지난 수년 좌익이라고 까진 않겠으나 솔직히 최소한 좌경화된 신문 2개 정도를 안다. 거대한 판매부수는 아니지만, 이들 신문을 진보와 자유주의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읽는다.

보수의 목소리는 어떤가? 사람들은 ‘빅 3’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꼽는데, 이들은 자신들 목소리가 크고 또렷하게 들리는 게 싫다는 듯 잠잠하다. 유능한 칼럼니스트 편집자 기자를 보유하는 복을 누리면서 때로는 지나치게 예의 바르고 너무 제약을 받는 것 같다. 그들은 다뤄야 할 뉴스를 취재하거나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

자유일보는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신문이 될 것이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창간 초기의 신문이란 취재 편집을 위한 직원과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편집자들이 현 정권과 정치 지형의 사회 속에서 나쁜 비평가 취급을 당하며 모든 면에서 고립될지 모른다.

압력에 맞서고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하며 사람들의 공격을 견뎌야 하는 신문에겐 모든 게 도전이다. 자유일보가 이런 경제적 정치적 혼란의 시기에 창간을 감행했다는 것은,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해내겠다는 신문 발행인 편집인 기자들의 결단을 보여준다.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기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끝으로, 자유일보는 분단국가에서 벌어지는 부단한 위협을 겪으며 수십 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사회의 다양성을 흥미롭게 풀어내리라 본다. 자유일보는 공산주의에 맞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또한 북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유화를 추구하거나 타협하려는 세력에 대한 방어책을 제공한다. 비무장지대(DMZ) 이북의 체제에겐 가장 위험해 보일 존재다. 창간호부터 자유일보는 민주주의의 자유와 가치를 수호하는 신념을 지켜 나가리라 믿는다.

●도널드 커크(Donald Kirk, 1938~ )

시카고 선 타임즈 뉴욕포스트 기자, 미국 최초 유일의 전국 일간지 USA투데이 편집인 등을 거친 미 언론 최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1960년대 후반 이래 아시아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여러 언론상을 받았고, 다수의 한국 역사 정치 사회 관련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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