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특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유튜브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3일 야권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경선’을 제안했다. 이미 수차례 대선 완주 의지를 표명한 안 후보지만 실질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명분있는 사퇴’ 또는 ‘극적 대반전’을 희망하는 마지막 승부수인 것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는 대선을 완주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1월 초만 해도 지지율이 15%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지만 거기까지였다. 1월 중순 이후로 다시 지지율이 내리막을 타며, 2월 들어서는 한 자릿수 지지율로 내려앉았다. 이대로라면 당선은 커녕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비용 보전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힘을 얻으면서, 안 후보 또한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게 될 여지가 생겼다.

문제는 명분이다. 한때는 국회 의석 38석을 가지고 원내 3당까지 올랐던 국민의당 대표가 안 후보다. 그래서 지난해 논의됐던 국민의힘과의 당대당 통합도 최종적으로는 결렬됐다. 당의 ‘자존심’이 거대 정당으로의 흡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의당이 의석 3석에 불과해 원내교섭단체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원하는대로 후보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는 안 후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방적 사퇴’에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최종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차례의 검증무대는 더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 안 후보의 생각인 것이다.

안 후보의 제안대로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경선을 진행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종 단일후보가 되면 안 후보에게는 ‘사퇴의 명분’이 생긴다. 완주했을 경우 3위가 된다는 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대선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반면 가능성은 낮지만 국민경선을 통해 본인이 최종 단일후보가 되면 이는 안 후보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다. 지지율 3위 후보가 단숨에 당선이 유력한 1위 후보로 올라갈 수 있는 ‘대반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떤 쪽이든 간에 안 후보는 위험은 가장 적고 얻을 것은 가장 많은 제안을 한 셈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국민경선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미 지지율에서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경선을 진행하는 것은 안 후보에게 안전한 퇴로를 만들어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또 국민경선에서 혹시나 안 후보가 앞서게 되면 지금껏 지켜왔던 지지율 1위 후보 자리를 안 후보에게 ‘거저’ 넘겨줄 수밖에 없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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