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후보등록일 당일인 13일 최대의 악재를 만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단일화’ 제안을 건네면서 이재명-야권 단일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 후보가 최근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거론하긴 했지만 이 후보는 실질적으로 안 후보와의 연대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안 후보가 본인을 ‘정권교체를 위해 출마하는 야권후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에게 최선의 전략은 안 후보와 윤 후보의 단일화를 막아 다자구도를 형성하고 이 구도를 대선까지 끌고 가는 것이었다. 야권 표가 분열돼야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가 그동안 꾸준하게 안 후보의 ‘대선 완주’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안 후보를 띄운 것도 다자구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지난 9일 라디오 방송에서 "안 후보가 자존심이 없는 분도 아니고, 또 당이 다른 후보이기 때문에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는 불가능하다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안 후보와 윤 후보의 단일화를 ‘반드시 막아야 하는’ 사건으로 보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이날 윤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에 대한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다자구도가 아닌 양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생겼다. 물론 안 후보가 제시한 여론조사 기반의 ‘국민경선’에 윤 후보가 난색을 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단일화 협상의 길이 열린 것만으로도 앞으로 논의는 급진전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그 단일 후보가 윤 후보, 안 후보 중 누가 되든 간에 이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 후보가 이날 안 후보의 윤 후보를 향한 단일화 제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도 이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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