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대선후보 등록반대’ 시위는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13일 오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 아침부터 ‘전과 4범 세금도둑 그분 대선후보 등록반대 시민모임’이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진열대 위에 소고기 안심, 샌드위치 10인분, 초밥 10인분, 베트남식·일식 복요리, 닭백숙, 중국요리 등을 올려놓고, "세금 도둑xx들이 대선 후보 등록 웬말이냐?" "이재명 후보 등록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진열된 음식들은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사먹은 품목들이다. 국민의 혈세를 몰래 훔쳐 자신의 배를 불린 가족이 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느냐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맞는 말이다. 이보다 더 명징한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어디 있겠는가.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사먹은 ‘초밥 10인분’은 갈수록 미스터리다. 시중에는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패러디한 ‘그 많던 초밥은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말이 나돈다. 김 씨와 아들 두 명이 각 2인분씩 먹었다 해도 6인분이면 된다. 그런데 아들도 먹지 않았다는데 ‘혜경궁 마님’ 혼자서 10인분이라니! 김 씨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해온 경기도 5급 공무원 배 씨와 7급 공무원 A씨의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그 많은 음식’ 미스터리는 기괴한 뉘앙스를 풍긴다.

배 씨는 "나는 개인적으로 기생충이 있다고 생각해. 밑에 사는 기생충이 있든지. 뭐가 있어"라고 말한다. ‘기생충’이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주인집 지하실에 몰래 숨어사는 가족을 가리킨다. 하지만 누구도 진실을 모른다. 배 씨의 전임자도 이재명 후보 가족이 사먹은 ‘그 많던 음식’의 미스터리를 끝내 풀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혜경궁 마님’이 초밥 10인분 정도는 혼자서도 가볍게 해치우는 ‘대식가의 끝판왕’인지, 아니면 정말로 ‘기생충’들이 따로 있는지는 김 씨의 ‘고해 성사’를 직접 듣기 전엔 알 수 없게 되었다.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 선거 출마자가 한 점 의혹이 없는 깨끗한 후보이길 원한다. 하지만 집권 여당 후보 부인의 ‘법카 초밥 10인분’ 미스터리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말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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