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김민선 질주에는 "후회없는 레이스라는 말에 나도 동의"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 출전한 김민선이 역주하고 있다. /연합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해설자로 찾은 이상화(33)는 친구 고다이라 나오(36·일본)의 아쉬운 레이스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일본 최고의 스타인 고다이라는 13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했다.

고다이라는 초반에는 레이스를 잘 끌고 갔지만, 중반부터 힘이 떨어지며 38초 09의 저조한 성적 속에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예상을 벗어난 충격적인 결과에 이상화는 눈물에 젖었다.

한일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1989년생 이상화와 1986년생 고다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펼친 라이벌이자 뜨거운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

고다이라보다 3살 어린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고다이라는 항상 이상화의 등을 보며 달렸다. 이상화의 경기를 비디오로 돌려보면서 훈련했다.

친구이자 경쟁자이지만 이상화의 자세, 기술 등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상화는 자신의 롤모델"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뒤늦게 꽃을 피운 고다이라는 마침내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내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여자 500m에서 36초 94로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록뿐만 아니라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주며 감동까지 더했다.

경기 직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은 한일 양국 팬들의 찬사를 받으며 평창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이제는 해설자로 친구를 만나러 온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아쉬운 레이스에 눈물을 흘리며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감정을 추스른 이상화 KBS 해설위원은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줄 알았는데, 심리적인 압박이 정말 컸던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고다이라의 13조 경기에 앞서서는 우리나라의 김민선(의정부시청)이 10조 경기에 나서 37초 60을 기록해 출전 선수 30명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이상화 위원은 김민선의 방송 인터뷰를 보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이 위원은 "혼자서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이겨냈다. 본인(김민선)이 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다고 하는데 나도 동의한다"며 허리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선 김민선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김민선에게 좀 더 많은 팁을 줄 걸 그랬나 싶다. 내가 부족했다"며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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