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40년 5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견되는 ‘우주인터넷’ 시장을 놓고 스페이스X, 원웹, 아마존, 알파벳 등 유수 민간우주항공 기업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페이스X
오는 2040년 5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견되는 ‘우주인터넷’ 시장을 놓고 스페이스X, 원웹, 아마존, 알파벳 등 유수 민간우주항공 기업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페이스X

우주개발의 중심축이 국가에서 민간기업으로 이동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된 가운데 미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우주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민간우주항공 기업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4일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오는 16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우주항공 분야 주무부처 장관이 모여 ESA의 차기 프로젝트를 논의·결정하는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우주 인터넷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련기술 개발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유럽이 뒤처진다면 천문학적 잠재가치를 지닌 우주개발 패권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우주인터넷은 고도 500~1200㎞의 지구 저궤도에 수 천개의 소형 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에 초고속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위성통신에 쓰이는 기존 고고도(3만6000㎞) 정지궤도 위성보다 훨씬 낮은 궤도에 위성들을 배치함으로써 데이터 전송시간을 단축시켜 광케이블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기술적 효용성은 더없이 뚜렷하다. 기존 유·무선 인터넷과 달리 우주인터넷은 사막·밀림·오지·바다 등 지리적 제약은 물론 자연재해에서도 자유롭다. 단순한 삶의 질 향상을 넘어 막대한 경제·산업적 파급력이 예상된다. 예컨대 높은 고도에서 신호를 송수신해야 하는 플라잉카나 끊김 없는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자율주행차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이 국가발전의 기간 인프라가 됐다는 점에서 인프라를 구축할 기술도, 돈도 없는 저개발국에게 우주인터넷은 교육 혁신과 산업 혁명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시장은 차고 넘친다. 선진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80~90%대에 이르지만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50%를 밑돈다. 세계 평균도 53%에 불과하다.

시장 전망도 마찬가지.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글로벌 우주산업이 1조1000억달러(약 1317조원)로 성장할 것이며, 이중 우주인터넷이 5800억달러(약 695조원)를 형성한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유로컨설트도 우주인터넷 활성화에 힘입어 2030년 소형 위성 시장이 513억달러(약 61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 같은 거대시장의 선점을 위해 유수 민간우주항공 기업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를 비롯해 미국 아스트라, 영국 원웹, 캐나다 텔레셋이 주인공이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궈왕(Guowang)’ 등 다수의 정부 주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돈 냄새를 맡은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보잉까지 참전을 공식 선언하고 뭉칫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말 북미와 유럽지역의 9개 민간기업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한 우주인터넷 관련 위성만 3만8000개에 달할 정도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업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20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미 가입자 수가 14만5000명을 넘어섰다. 평균 속도는 영상통화와 온라인 게임이 가능한 초당 100~200Mb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1만개, 이후 3만개의 위성을 추가 발사해 서비스 지역과 속도, 안정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화그룹이 가장 앞서 우주인터넷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8월 한화시스템이 영국 원웹에 3억 달러(약 3450억원)를 투자해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원웹을 통해 위성과 지상 기지국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에서 선도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위성 본체와 탑제체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우주강국 도약과 맞물려 우주인터넷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첫 단계로 과학기술정통부가 2023년 8월 발사할 한국형 달궤도선에 우주인터넷 검증기를 탑재체로 실어 보내 연구할 예정이다. 탑재체 개발은 이미 지난해 4월 완료된 상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연내 위성 648기를 띄워 ‘1세대 위성망’ 구축을 마친다는 원웹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3~5년 내 안정적 투자수익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하지만 수익보다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한다는 게 더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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