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한' 기류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화...한일 양국 시각에 너무 깊은 골 존재
日사회 '한반도 스트레스' 크게 작용...'쓴소리' 측면 들을 내용도 일부 있어

일본인은 중국 한국과 ‘절교할 각오’를 해라(2014년).

최근 몇년 일본의 이른바 ‘혐한(嫌韓) 도서’를 분석한 학술 논문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원우 연구위원은 학술지 ‘일본문화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일본 혐한 도서의 역사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이 도서들의 내용·구조가 19세기 후반 메이지(明治)시대 초기의 기류와 통한다고 밝혔다.

사상가·교육가이자 최고액권 1만엔짜리 지폐에 실린 인물 후쿠자와 유키치( 福澤諭吉 1835∼1901)의 조선관이 당시 절대과제였던 ‘부국강병’의 시대적 한계 속에서 도출됐음을 지적하는 한편, 주요 ‘혐한 도서’들의 문제점을 논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일본의 미디어가 상호 혐오를 부추기는 측면을 비판한다.

다만 ‘조선 인민을 위해 조선의 멸망을 축하한다’, ‘조선의 멸망은 대세에 있어 벗어날 수 없다’ 등 후쿠자와의 조선관은 당대를 상세히 증언하는 서양인 선교사들의 기록들로 보건대, 모두 타당한 시각이다(자유일보 월요아카데미, 함재봉 <한국사람만들기> 연재 참조). 오늘날 대한민국은 조선이 아니며, 사상적 연결 고리도 없다. 조선을 미화하거나 외세를 탓하는 해석은 자유민주공화국의 성숙한 시민정신과 거리가 멀다.

일본의 이른바 ‘혐한’ 도서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무시하면 그만인가? ‘분노하며 맞불’을 놓을까? 우리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자세다. 게중엔 우리 자신을 위해 경청할 만한 내용이 없지 않다. 서론·목차, 출판사 서평 및 독자 리뷰 등을 훑어보건대, ‘쓴소리’ ‘비판서’의 요소도 있다. 역지사지, 이런 현상의 배경을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혐한’기류가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화 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위안부·징용공 문제’가 결정적으로 양국관계를 악화시켰음은 두말할 것 없다.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에 너무나 깊은 골이 존재한다. 관련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수탈 역사·민족해방의 서사’ 대신 ‘사실’에 근거한 접근을 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이들 도서가 일본 출판시장의 상업적 논리와 맞물려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부르는 일본사회의 ‘한반도 스트레스’에 더 주목해야 한다.

학계·언론계가 제대로 발언을 못하거나 시종일관 ‘일본 때리기’를 견지하면, 결국 수준 이하의 입장이 한국인을 대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일본인은 한·중과 절교할 각오를 해라>의 경우, 저자에 큰 문제가 있다. 중국·대만·한국 출신 일본 귀화자 3인의 대담집인 이 책에서 대담자 오선화(吳善花, 65세)씨는 평론가적 식견·표현력을 가진 나머지 두 사람과 대비된다.

1990년대 중반 <치마바람-일본 영주가 목표인 한국여자들>의 저자로 유명세를 탄 게 오 씨다. 냉전 종식 후 본격 대두된 과거사 문제로 일본의 고민이 깊어가던 시절이었다. 그런 일본사회의 분위기에 힘입어 오 씨는 방송·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더니, 이렇다 할 학술적 성과 거의 없이 도쿄 도내 한 사립대학의 교수로 임용된다. 일본에 대한 한국사회의 통념 때문에, 더 나은 전문가가 한일관계를 논하는 자리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뼈아프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일본대사의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및 외교 기조를 비판한다. 그의 또 다른 저서 <문재인이라는 재액>도 마찬가지. <통일 조선은 일본의 재난> 역시 자신들의 안보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를 말하는 책이다. 자유민주체제가 아닌 형태의 한반도 통일, 그것이 부를 미군철수 등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2017년).
통일 조선은 일본의 재난(2018년).
문재인이라는 재액(2019년).
문재인이라는 재액(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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