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며칠 전 국민의힘 당직자로부터 걱정이 한가득 담긴 메시지와 한 청년 당원의 SNS에 게시된 글을 전달받았다.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직책을 받고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그 청년은 오랫동안 보수우파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정치평론가를 ‘꼰대’라 칭하고, 심지어는 ‘공짜로 토론 강의를 해주겠다’라는 조롱까지 해가며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해당 평론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토론 내용과 방식을 정하는 데에 있어 이견이 있었던 듯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립이 비일비재한 곳이 정치권인 만큼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나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조롱 섞인 댓글과 우리 당 현역 국회의원의 ‘반드시 당을 장악해야 한다’라는 마치 지령과도 같은 댓글을 보면서였다.

위에 언급한 정치평론가는 지난 몇 년간 명성에 흠이 가고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진영의 목소리를 지켜왔으며, 언제부터인지 ‘틀딱’, ‘꼰대’로 불리는 우리 당의 선배 세대 역시 수많은 희생을 통해 보수적 가치와 이 당을 지켜왔다. 최근 "당시에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던 말끔한 청년들이 마치 성골(聖骨) 보수인 양 행세하고 있다"라는 볼멘소리도 종종 들리는데 물론, 누구든 어떠한 계기와 다양한 이유로 각성이 되어 정치에 투신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끊임없는 내적 성찰과 국민의 부름에 따라 겸손히 다가가는 모습일 때의 이야기지, 당내 기득권자들에 의해 일시적인 창이나 방패가 되었다고 해서 오만이 돋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시비(是非) 역시 나이로 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무조건 연장자에게 굴종하라는 말도 아니다. 필자 역시 30대 청년인지라 선배 세대와의 소통에 이따금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답답함이 단절이나 대립으로 향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성별·세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 갈등을 만들어온 세력에 대항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야 할 보수주의 정당은 경험 많은 선배 세대와 패기 넘치는 젊은 세대가 건강한 경쟁과 협력으로 함께 해야 한다.

청년들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기도 하지만, 혹여 상처받거나 일상으로의 복귀가 힘들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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