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성
김학성

윤석열후보가 "집권하면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해야죠"라고 답변했다. 적폐 수사를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윤석열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느닷없이 화를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대통령은 현 정권에 적폐가 어디 있느냐는 전제에 서 있는데, 황당하다. 또 현 정권에 위법이 있었다면 윤석열이 서울지검장이나 검찰총장 시절에는 왜 침묵했느냐고 힐난한다. 김여정이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아냥대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대통령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즉각 반발하는 모습이 매우 어색하고 낯설다. 격노할만한 것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켕기는 게 있는 것 같다.

문 정권의 적폐는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모두 동원해도 세기 어려울 정도인데, 적폐가 없다니 어이가 없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원전 비리, 옵티머스 펀드 사기,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윤미향·이상직 의원 비리, 대장동 부동산 등 5년의 적폐가 산처럼 쌓여 있다.

어느 정부나 실수나 잘못이 있게 마련이다. 다음 정부는 이전 정부 잘못에 대해, 정치보복이 아니라 정의 구현의 차원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 법치를 제대로 하겠다는 야당 대통령 후보에게 현직 대통령이 화를 낸 것은, 파사현정을 위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에게 화낸 것이기에, ‘민주’를 위협하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다. 또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이다.

문 대통령은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노골적으로 막았다. 그러면서 정부의 적폐를 못 본 척했다고 따지고 있다. 후안무치다. 윤석열이 울산선거 공작에 대해 청와대를 겨냥하자, 대통령은 수사팀을 공중 분해하는 방법으로 저지했다. 이런 적폐는 헌정사에 없었다. 결국 윤석열을 밀어냈다. 윤석열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정권의 불법에 저항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기의 소신을 지켰고, 그 소신대로 다음 정부에서도 헌법정신에 따라 국민에게만 충성하겠다는 것이다.

적폐 청산은 문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윤석열의 말에 분노하는 것은 여권만이 정의라는 것인데, 오만의 극치다. 불법과 비리가 있으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불같이 화내며 반발할 사안이 아니며, 사과까지 요구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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