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 김무성 ‘옥새 파동’과 이준석 부산행은 결 달라
尹 대선후보 체제 가동된 상황서 당 대표 보이콧 의미 없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대표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대표실 제공


윤석열 선대위의 ‘패싱 논란’에 대한 항의성 시위로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며 잠적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으로 향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2016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옥새 파동’과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대표는 여전히 부산에서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대선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홀대를 당한다는 이유로 SNS에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했다.

이 대표가 부산을 찾은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며 당대표 잠적을 해프닝 정도로 무마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 대표의 항의성 시위인 만큼 대선을 앞두고 또다른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부산을 찾은 것에 대해 2016년 새누리당 대표 직인 날인 거부 사건인 ‘옥새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비박계였던 김무성 대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와 공천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다 후보자 추천장 날인을 거부한 뒤 부산으로 잠적해 친박 중심 공천에 보이콧을 단행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의 기행으로 이재오·유승민 후보 등이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하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국 공천파동이 심화되며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이 대표의 부산행도 김 전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친박계 공천을 저지시킨 경험과 비슷하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지만, 이 대표의 현 상황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택지가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는 윤 후보가 대선 주자로 이미 확정된 데다 선대위 구성 갈등도 결국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제외되면서 윤 후보 측 요구대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관행상 여야 막론 대선이 시작되면 후보자 중심으로 당 활동이 돌아가기 때문에 이 대표의 당직 활동을 보이콧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 후보 선대위는 당내 일부 인사들과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 등이 당 대표 홀대를 방치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시급한 갈등 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윤 후보 자신도 당대표 보이콧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언급을 피했고 잠적이 이뤄진 30일 일정도 예정대로 모두 소화했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이준석에게 관심 주지 마라"며 노골적으로 이 대표를 비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편 이 대표는 1일 오전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예고없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전날에는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의화 의장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대표 사퇴설’을 일축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당대표실은 이 대표가 당직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날 오전 권성동 사무총장이 서울 노원구의 이 대표 사무실을 방문한 것에 대한 ‘맞불’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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