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문학관-詩] 이경 지음 「제비꽃·3」
[자유문학관-詩] 이경 지음 「제비꽃·3」
  • 박석근 문화 에디터
  • 승인 2018.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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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Me Too’가 한창이다.

결혼한 모든 여자에게 남편은 ‘써글놈’이다. 만약 기혼 여자들이 ‘미투 운동’을 전개한다면 그 불길은 강풍을 만난 들불처럼 걷잡지 못할 것이다. 모르긴 해도 전 세계를 뒤덮고도 석 달 열흘은 더 타지 싶다.

사실 남자는 여자를 못살게 구는 측면이 있다. 그건 어쩌면 태생적인지 모른다. 과거 여자들은 그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어머니들의 삶으로부터 눈치 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판단유보다.

기성세대인 시인은 어느 봄날 산소에 간다. 아마 어머니의 산소인 듯하다. 무덤가에 눈부시게 피어난 보랏빛 제비꽃에서 문득 남자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 남자는 아마 평생 속을 썩이다 간 아버지일 것이다.

시인은 ‘써글놈’하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그것은 속상함을 해소하는 어머니들의 화법이다. 무덤의 주인공은 평생 그 ‘썩을 놈을 갈비뼈로 품고’ 살다가 회한을 품은 흙이 되었다. 그러다가 따스한 봄날을 만나 보랏빛 제비꽃을 피워냈는데, 이름 하여 ‘썩지 못한 사랑’의 꽃이다.

제비꽃의 이미지는 다시 ‘봄날의 한숨소리’가 된다. 아마 ‘써글놈’과 함께 살다 간 여자의 한숨소리일 것이다. 꽃 하나마다 한 개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써글놈! 써글놈!’인 것이다.

시인은 그 ‘써글놈’이 ‘보랏빛 입술로 환생하고 있다’고 최후진술 하고 있다. 환생이란 다시 태어남이 아닌가.

어쨌거나 ‘써글놈’은 여자가 낳고 ‘미투 운동’에 참여했거나 안 했거나, 모든 여자들은 ‘써글놈’을 낳아서 키우고 있거나 앞으로 낳을 것이다. 시인은 ‘써글놈’ 하고 내뱉으면서, 과거의 여자가 그랬듯이 그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마도 결혼을 거부하는 여자들은 미래의 ‘써글놈’을 낳기 싫어서 그런 것인지 모른다.

sgp@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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