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이상한 여론조사 많더라니…

친여 성향 조사업체들 설문 구성·순서 등 교묘하게 편집
이재명 1위나 尹-李 박빙 차이로 결과 나오게 기획
첫 설문서 지지후보 물은 본지 조사 尹 48.7%-李 36.9%

친 여당 성향의 매체들이 의뢰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질문 내용 구성을 통해 의도적으로 친여 성향의 사람들을 응답자 모집단으로 설정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구성에 활용된 것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질문이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반면,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격차가 없거나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TBS, 오마이뉴스 등 친여 성향의 매체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격차가 없거나 오히려 이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마다 어떤 차이가 있기에 결과가 제각각인 것일까. 답은 설문 문항의 구성과 순서에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11일 6일간 진행한 여론조사. 설문의 첫 질문은 지지정당, 두 번째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라면 응답을 중단하고 설문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11일 6일간 진행한 여론조사. 설문의 첫 질문은 지지정당, 두 번째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라면 응답을 중단하고 설문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세 번째 질문에 가서야 비로소 대선 후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온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세 번째 질문에 가서야 비로소 대선 후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온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먼저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11일 6일간 전국 성인남녀 3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41.4%, 윤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38.4%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 설문에서는 대선 후보 선호도를 묻기 전에 다른 질문을 먼저 던졌다. 응답자 거주지·연령·성별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한 후 나온 첫 질문은 ‘지지정당’ 조사였다. 두 번째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였다.

문 대통령과 현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라면 끝까지 설문을 진행하지 않고 중도에 전화를 끊어 설문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반대로 문 대통령과 현 여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라면 끝까지 설문에 참여함은 물론 여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추론할 수 있다.

TBS가 KSOI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질문 순서 설계가 더욱 노골적이다. 아예 첫 질문부터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질문하면서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들을 가급적 배제할 수 있도록 문항을 구성했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 43.5%, 이 후보 40.4%의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윤 후보가 앞서긴 했지만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였다.

반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묻지 않고 곧바로 대선 후보 선호도에 대한 질문을 시작한 여론조사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재경일보가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 후 곧바로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물었다.

그 결과 윤 후보 47.5%, 이 후보 36.6%로 10%p가 넘는 차이가 났다.

지지정당조차도 묻지 않고 곧바로 대선후보 관련 질문으로 들어가는 설문에서는 어땠을까. 자유일보가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3일 하룻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첫 번째 질문으로 바로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물었다.

그 결과 윤 후보 48.7%, 이 후보 36.9%로 격차가 11.8%p까지 벌어졌다.

위의 사례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대선후보 지지율에도 이렇게 극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여론조사의 기본은 응답자 모집단 설정이다. 의도적으로 특정 성향의 응답자만 참여시키거나, 반대로 특정 성향을 가진 응답자는 배제시려는 의도를 가지고 설문 문항을 설계한다면 이는 공정하고 정확한 여론조사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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