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에 더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가속화 발언으로 세계 증시가 도미노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의 코스피지수 역시 지난 30일 2.42% 하락해 연중 최저치인 2839.01로 마감했다. /연합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덮고 있다. 한국 증시의 코스피지수도 지난 30일 2.42%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지난해 12월 29일의 2820.51 이후 최저치인 2839.01까지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코로나 19 확진자 수의 급증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추가 악재를 만난 것이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반등에 성공할 확률 역시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2790선을 1차 저지선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증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같은 날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0%, 그리고 나스닥지수는 1.55%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지수는 1.2%,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0.8%,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도 0.7% 내렸다.

이처럼 세계 증시가 도미노 하락 양상을 보인 것은 오미크론 공포 때문이지만 또다른 요인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가속화’ 발언이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이다. 테이퍼링이 본격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을 예상해 주식을 매각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언제 테이퍼링을 실시할지 예의 주시하며, 각국 증시는 테이퍼링 언급만 나와도 공포심리에 휩싸이게 된다.

당초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미크론이 미 연준의 테이퍼링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29일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 자료를 통해 "지난주 후반 빠르게 부각된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는 테이퍼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 연준이 비둘기파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지난 30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테이퍼링에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언급했다.인플레이션 압박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파월 의장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더 높이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에 대해 코로나 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사실상 철회했다.파월 의장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코로나 19로 침체됐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정책적 우선순위에 뒀던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전보다 많은 정책적 고려를 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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