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아브라함

2006년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했습니다. 한식 조리법을 배우면서 한국인 가족과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김도군 씨는 부인과 11살, 9살짜리 딸을 뒀습니다. 이 가족에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필자의 기분을 잘 이해했고 어려움과 고민을 알아채고 해결해줬습니다. 자신이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필자의 외로움을 잘 다독여줬습니다. 그는 종종 전화를 걸어와서 "밥은 먹었냐?" "밤에는 춥지 않냐?"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아플 때는 병원에 함께 가줬습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확실하게 도와줬습니다.

특별한 날에는 그의 집으로 초대해 줬고 야외 나들이는 물론 부산 여행까지 함께했습니다. 그를 통해 생활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큰 망원경으로 세밀한 한국을 살펴볼 수 있었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삶의 태도나 양식을 익혔습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 산 중동은 물이 아주 귀합니다. 그래서 물과 비를 사랑합니다. 비 오는 날에는 집 밖으로 나가 놀곤 했습니다. 비는 신이 주는 선물로 여겼고 풍요와 보답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필자와 김 씨 가족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비에 젖은 우산을 들고 지하철을 탔는데 차 안에서 젖은 우산을 털었습니다. 그때 김 씨의 큰딸이 김 씨에게 귓속말하는 걸 봤고 그는 웃음을 참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다음날 필자가 재차 물을 때까지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딸이 "아브라함 삼촌이 지하철에서 젖은 우산을 흔드니까 다른 승객이 당황스러워했다"는 것을 직접 말할 수 없어서 아버지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는 필자가 무안해할까봐 바로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의 부인의 담담한 태도에도 감사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높은 수준의 감수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그들의 삶을 향상시켰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내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하는 경이로운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이며 전쟁을 겪어서 질병과 기근에 허덕인 나라입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이뤘습니다. 80세 이상의 노인을 볼 때마다 마음으로부터 존경심이 우러납니다. 이 나라가 지금의 위대한 나라가 될 때까지 그들이 잘 참고 견딘 덕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이 실패했거나 뒤처져있을 때 한국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성공했는지 알아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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