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최영훈

현재의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양자는 ‘전략전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전략적 선택에는 무시, 수용, 경쟁, 타협, 협력 5가지가 있다.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해놓고 상황을 관망하는 ‘무시’ 전략은 무의미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에게 백기를 들고 오라는 듯 시건방을 떤다. 이런 ‘수용’ 전략은 받는 쪽에서 리스크를 모두 감당할 만큼, 관용적이어야 성립된다. 이 대표는 전도몽상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 조건을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경선으로 제시했는데 가능성은 제로다. 이제 전략적 선택에는 △경쟁(경선), △타협(지분 나누기), △협력이라는 3개의 카드만 남아있다. 경선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해 싸워서 우열을 가리자는 거다. 이기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모든 것을 잃는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 게임이라는 거다.

경쟁은 상대를 힘으로 눌러야 할 적으로 여겨 관계에 대한 고려가 실종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선에선 진 쪽이 이긴 쪽을 성심껏 도울 때, 승리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다. 그러니 3. 9 대선에서는 쟁투를 수반할 경쟁을 통한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다.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 상처뿐인 영광이 있을 뿐이다. 승리가 오히려 마이너스로 귀결돼 시대정신인 야권통합 정권교체가 불발에 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승자와 패자 모두 수렁에 빠져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타협이 해결책 중 하나일 수 있다. 타협은 예상되는 자리를 합리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나누는 것이다. DJP연합에서처럼, 대선을 접은 쪽에 장관직을 30% 배분하는 것이다. 이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공동정부나 연합정부를 구성해 권력의 합리적 배분하는 방식이다.

단일화 협상이나 타협은 일반적인 타협과는 다르게 전 과정을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밀실 담합같이 비치거나 상대를 자극해 불협화음이 새나오면 주권자의 비윗장을 상하게 한다. 군주가 없어진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의 역린을 건드리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라고 여기는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자리나누기 식 담합으로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력’이야말로 최선의 처방이다.

지금 야권 단일화는 경쟁이나 타협이 아니라, 협력으로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과 안철수 후보는 신뢰를 바탕으로 ‘철석연대’를 통해 시너지를 키워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압도적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로 파이도 키울 수 있게 된다. 압도적 승리만이 180석 여당의 붕괴를 야기할 촉매제가 될 것이다.

압승하자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에게 신뢰를 주고 미래 비전도 공유해야 한다. 그럴 때 양보한 사람도 장미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지닐 수 있게 될 거다. 철수와 석열, 석열과 철수 두 사람은 협력과 동반의 길, 상생의 길로로 가야만 한다.

윤 후보는 힘든 일을 당한 안 후보에게 직접 위로의 말을 하고 아픈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최진석은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또 사고를 당하신 분들께 큰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후보를 포함한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안 후보는 16일 수도권 지역 아침 출근인사를 포함해 경제 비전 공약 발표를 계획했지만 올 스톱이다. 갈 길이 바쁜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불의의 사고로 이를 중단할 수밖에 없으니 안 후보의 속이 탈 거다.

국민의힘 권영세 본부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과 안철수 후보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아니다. 윤 후보가 직접 고인들을 조문하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의 물꼬도 터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