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조기 인상에 따른 긴축 우려, 인플레이션 등이 맞물리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오르고 있다. 주식,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은 내려갔지만, 금 수익률은 상승하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 모습.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조기 인상에 따른 긴축 우려, 인플레이션 등이 맞물리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오르고 있다. 주식,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은 내려갔지만, 금 수익률은 상승하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 모습. /연합

미국의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에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연준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업체의 주가가 폭락한 닷컴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5% 올랐는데, 이는 지난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더구나 6%를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이어졌다.

이 때문인 듯 미국인은 현재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플레이션을 꼽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이 16일(현지시간) 퀴니피액대학교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인플레이션을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민과 코로나19는 각각 12%,1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경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60%에 달해 인플레이션 대응이 미국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월가에 따르면 미 연준은 내년까지 최대 7~8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고, 올해에만 1.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다.

그동안 미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풀었던 돈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회수하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긴축 발작이란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 증액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주식·채권·원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강한 긴축을 주장하는 미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의 영향으로 새해 들어 두 차례 2700선 아래로 미끄러졌다.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연 2.3%를 넘어섰다. 지난 14일에는 연 2.347%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8년 만에 최고치다. 3년물 국채금리는 올 들어서만 0.54%포인트 뛰었다. 국채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연초부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200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7~8차례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지난해 8월부터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미 연 1.25%로 높아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내 1.75~2%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과 추경 증액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은 국채금리를 밀어올리면서 대출금리 역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채금리 인상→대출금리 인상→서민과 소상공인 이자부담 증가→소비 위축이라는 후폭풍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영끌족과 빚투족은 물론 생계 유지를 위해 대출을 받은 서민과 소상공인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물가 상승 여파로 가뜩이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자부담까지 커지면 소비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은 다음달 15~16일 개최되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쏠려있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냐, 아니면 시장 패닉을 우려해 0.25%포인트의 ‘베이비스텝’으로 대응할 것이냐 여부에 따라 미 연준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 연준 내부에서는 빅스텝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이는 닷컴 버블 당시인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미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3월 FOMC 회의까지 국내 자본시장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심리와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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