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등 인권문제를 '간섭' 간주...'美 확대관할법' 맞대응할 법적수단 완비 촉구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작년 12월 28일 베이징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화=연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투쟁’을 위해 더 강력한 법과 향상된 변호사로 무장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 기준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응하는 것을 긴급한 외교 우선 순위로 삼고 관련 입법 가속화도 요청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지난해 12월 6일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국제 투쟁을 위해 법적 수단을 전개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을 뒤늦게 공개했다. 아울러 "신장(新疆)·홍콩 등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가해지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격"이 ‘국제 투쟁’의 속뜻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시 주석은 "제재·간섭·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 미국이 국내법을 해외까지 적용하는 입법)에 반격할 법률·법규를 완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더 강력한 법과 더 나은 변호사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마디로 ‘국제 스탠다드’를 거부하는 태도, 중국판 ‘내재적 접근’의 고수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잣대로 평가할 게 아니라 사회주의의 이념·논리에 따라 내부의 눈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은 ‘북한사회를 북한 내부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제한된 자료와 세뇌된 시각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내재적 접근’을 하면 ‘인권 탄압’ ‘핵 개발’ 등 정당화하지 못할 일이 없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외부의 제재와 간섭과 관련된 법안에서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입법 강화를 요청했다. 과거 미국의 대(對)중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중국 정부가 적극적 반격으로 태세를 전환한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외국의 중국 제재 방지에 관한 법률’(反외국제재법)을 제정해 시행해왔다. 對중 제재를 결정한 국가의 공무원·정치인·기업인 등에 대해 입국 거부·강제 추방·중국 내 자산 압류·중국과 거래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공산당과 우리 사회주의 법제도를 자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변호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자 및 다자 관계에서 법집행과 사법협력 확대를 중요 의제로 포함시켜 중국의 해외이익을 보호하는 안전사슬을 확장해야 한다." SCMP가 전하는 시 주석의 말이다. 올 가을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국익·안보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외국기업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중국의 내정 불간섭 원칙에 변화가 감지된다. ‘필요한 간섭을 더 하되, 남의 간섭은 최대한 차단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에 "외부 세력이 주도한 색깔혁명이다", 작년 9월 기니 군부 쿠데타 땐 "정변과 정권 탈취를 반대한다" 등 남의 나라 일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4년 5월 태국 군사 쿠데타·2017년 짐바브웨 군사 쿠데타·2019년 4월 수단 정변·2021년 2월 미얀마 군사 쿠데타 당시, "사안을 잘 처리하길 바란다"는 입장만 견지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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