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 생산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가격 인상을 계기로 소줏값 줄인상의 시동이 걸렸다. 이로써 음식점 소매가 기준 소주 한 병당 가격이 기존 4000~5000원에서 5000~ 6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 모습. /연합
국내 소주 생산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가격 인상을 계기로 소줏값 줄인상의 시동이 걸렸다. 이로써 음식점 소매가 기준 소주 한 병당 가격이 기존 4000~5000원에서 5000~ 6000원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 모습. /연합

지난해 말부터 수입·수제 맥주, 막걸리, 위스키 등 주류 가격이 줄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서민술로 불리는 소주마저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매가도 연쇄 인상돼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에선 소주 1병당 6000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20일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소주의 공장 출고가를 7.9% 인상한다고 밝혔다. 참이슬의 가격 인상은 2019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 360㎖ 병과 일부 페트병류가 대상이다. 진로는 2019년 출시 후 첫 인상으로 일품진로의 경우 프리미엄 소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이 동결됐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한병의 출고가는 현재 1081원에서 1166원으로 85원 오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지난 3년간 발생한 원가인상 요인이 14% 이상이지만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주시장 점유율이 65%에 달하는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총대를 멘 만큼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와 무학, 대선주조, 보해양조 등도 곧 가격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소줏값 인상은 일정 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소주의 핵심 원부자재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제품가격 반영 외에는 마땅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 4일 국내 주정(酒精, 에틸알코올) 제조사 10개사가 공동 설립한 대한주정판매는 곡물가 상승을 이유로 10년 만에 주정 가격을 7.8% 상향 조정했다. 희석식 소주는 순도 95%의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주정 가격은 소주 원가와 직결된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일에는 삼화왕관 등 병뚜껑 업체들이 소주 병뚜껑 공급가를 평균 16% 상향했다. 병뚜껑의 원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이 전년보다 30% 이상 급등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인건비, 물류비 증가로 인한 원가 압박이 임계치에 이른 상황에서 주요 원부자재가 소줏값 인상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라며 "여타 업체들도 인상률과 발표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소줏값 인상으로 소비자들은 벌써 울상을 짓고 있다. 출고가 인상분은 100원도 안 되지만 소비자가 내야 할 소매가는 1000원 오를 가능성이 큰 탓이다. 지난 2019년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6.45%(65.5원) 올렸을 때도 식당과 주점들은 유통마진과 인건비·식자재비 상승분을 더해 1000원을 높여 받았다. 소주 한 병당 가격이 현재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주=서민술’이라는 공식이 무색한 가격이다.

40대 직장인 윤 모씨는 "체감물가가 크게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와중에 소줏값까지 오르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는 것조차 아내에게 눈치가 보일 듯하다"며 "요즘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제대로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소줏값 인상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소주는 여타 주류와 달리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워낙 커서 고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홈술족’의 대세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800원선인 마트와 편의점의 가정용 소주 판매가는 가격 인상 이후에도 2000원을 밑돌 것이기 때문이다. 주점에서 한 병 마실 가격으로 최대 3병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직시한 소주업계 역시 가정용에 초점을 맞춰 올해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영업용과 가정용의 매출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6:4에서 4.5대 5.5로 역전된 상태"라며 "올해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가정용 페트병의 용량 다양화와 디자인 리뉴얼, 온라인 중심 마케팅 등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정용 소주의 약진 전망은 식품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등이 주도하고 있는 안주류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대표적 수혜자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대상 청정원이 ‘안주야(夜)’를 통해 포문을 연 국내 안주류 HMR 시장은 홈술족 증가와 맞물려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올해도 80%대의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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