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베이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시작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총 194분에 이르는 첫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연합

◇美 인플레 위험 수위

인플레이션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미국이 대중국 관세 완화 카드를 꺼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0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몇 주 뒤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자산 매입 축소를 몇 달 일찍 끝내는 게 적절한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조기 시행에 힘을 실은 것이다.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출현으로 연준의 긴축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져 미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은 즉각 타격을 입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 목표치보다 2배 이상 높은 물가상승이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표현했으나 아무래도 이젠 이 표현을 ‘철회’해야 할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전년동월대비 6.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對)중국 관세 완화 조치 관측

이에 미 행정부에서 곧 대중국 관세 완화 조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내년 중간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관세 완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이콥 루 전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초부터 관세는 효과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인 소비자도 피해를 본다"면서 "현재 인플레이션이 문제인데, 관세를 없애면 미국에서 인플레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달 14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를 통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수정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 관세 인하 요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대중 관세 인하)은 분명하게 고려 중인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정부, 내년 중간선거의 고민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연간 3700억달러(약 439조 745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매겼다. 그러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3700억달러의 무역 합의는 오히려 독이 됐다. 관세 때문에 일상 소비재를 구매할 수 없는 미국민들이 현 행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은 경제 문제를 넘어 바이든 행정부를 위협하는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1월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에게 관세완화 카드가 민주당 지지층을 유지하면서 공급망이 막힌 기업의 욕구를 해소할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대중 고율 관세를 유지하면서, 원자재 등 중국 수입 외에 대안이 없는 제품에 예외적 관세를 적용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되는 철강 및 태양광 패널, 배터리, 반도체 등과 같은 산업에 대해서 관세 인상을, 소비재 등 다른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은 결국 투트랙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중국의 여유, 얼마나 지속될까

중국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4일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정치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다시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중국 학자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의 조치가 단행된 것이라고 이미 예측했다. 하지만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지 않는 이상 요원한 일이란 지적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잇따른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타파하고 싶어한다.루 전 재무장관은 "두 나라 지도자가 문제의 진전을 보일 수 있도록 두 나라 사이에서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 상태가 이어지고,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과 서방국가들은 미국의 기조에 발맞추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과 영국, 캐나다 등 32개국이 중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관세 감면 혜택(일반특혜관세제도·GSP)이 이달 1일부터 폐지된다고 베이징청년보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