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20대 대통령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각 동으로 배부하고 있다. /연합

정치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번 대선 홍보 현수막에 여당에게 불리한 문구는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선관위’가 아닌 ‘청와대 선거수석실’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단어는 불허하면서 ‘주술’이라는 단어는 허용하면서 여당발(發) ‘주술 프레임’에 선관위가 동조를 넘어서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술’, ‘신천지’ 등의 문구가 들어간 대선 현수막 사용을 허용키로 한 것을 두고 "선관위의 편파적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지난 선거 당시 ‘내로남불’, ‘무능’, ‘위선’이란 단어가 정권을 연상시킨다며 사용을 불허한 선관위가 우리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주술’, ‘신천지’ 등의 용어 사용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노골적 편들기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광주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만 빼놓고 선거 벽보를 붙이는 황당무계한 불법행위까지 등장했다"며 "실력이 부족해서 반칙을 일삼는 선수를 보는 것도 짜증나는데, 심판까지 편파적이면 국민들이 보시기에 어떻겠나"라고 지적했다.

권 본부장은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봤듯이 심판의 편파 판정을 이겨내는 것은 선수 실력과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라며 "이번 대선도 국민 여러분들께서 한 마음으로 감시자가 돼준다면 반드시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 선거를 공정하고 엄중하게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편향적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다’고 적은 현수막도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사진이 없으면 쓸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인 박완수 의원과 서범수·이영·김형동 의원 등은 회견에서 선관위가 2020년 총선, 지난해 4월 재보궐과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최근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소속 대선후보에 ‘신천지 비호세력’, ‘주술과 술에 빠졌다’는 내용의 현수막 사용을 사실상 허용했다"며 "하지만 민생파탄, 거짓말 OUT , 무능, 위선이라는 상투적이고 원론적 표현에도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킨다며 사용 자체를 불허했던 선관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엄격했던 선관위가 어디로 간 것이냐"며 "편향성이 거론되자 선관위가 이번 선거부터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해명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냐, 아니면 선수가 심판으로 뛰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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