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남미 국가들 친중 도미노 현상 우려

중미 온두라스의 대선 후보인 좌파 야당 자유재건당의 시오마라 카스트로(가운데·62)가 28일(현지시간) 투표가 종료되자 수도 테구시갈파의 당사에서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


◇온두라스 여성 대통령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 결과 좌파 야당 후보 시오마라 카스트로(62)의 승리로 확정되면서, 중미 지역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표출될지 주목된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온두라스 대선은 이틀이 지난 30일까지도 개표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그러나 카스트로 후보가 줄곧 20%포인트 가까운 우위를 지키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승리가 예상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여당인 국민당 후보 나스리 아스푸라(63)가 지역 방송을 통해 카스트로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녀를 차기 대통령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이로써 카스트로는 중미 국가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온두라스는 12년 국민당 집권을 끝내고 내년 1월 좌파 정권으로 교체되는 셈이다.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카스트로는 4년 만에 다시 치러진 대선을 통해 12년 만에 대통령궁에 재입성하게 됐다.

◇중국·대만·미국에게 초미의 관심사

이번 대선은 중국과 대만, 미국 등 3개국 초미의 관심사였다. 카스트로가 선거 전 ‘대만 단교·중국 수교’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온두라스는 이제 15개밖에 남지 않은 대만의 수교국 중 하나다. 미국 입장에서 뒷마당인 중앙아메리카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반가울 수 없다. 중앙아메리카를 중국에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유지하도록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대선 전 온두라스 대선 후보들에 대만과의 외교관계 유지를 바란다고 전달한 바 있다.

중국은 즉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널리 인정된 규범"이라며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기반 위에서 모든 나라와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環球時報)는 "온두라스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 온두라스 인근 중미 국가들이나 카리브해 국가들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도적 입장? 일종의 등거리 외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전날 온두라스 대선에 대해 결과를 존중하며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새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카스트로가 집권한다고 해도 바로 대만 단교·중국 수교를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온두라스의 정권 교체가 오히려 미국 정부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전날 미 상원에 출석해 "현재 선두 후보는 부패와 맞서는 한편 이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일자리와 소득을 개선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긍정적인 관계를 예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카스트로가 빈곤을 해소하고 외국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중도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온두라스 경제는 미국에서 일하는 자국민이 집으로 송금하는 돈로 유지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송금액은 국가 GDP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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