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제의 철회’에 따른 후과가 설왕설래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자"는 논평을 내놓았지만 내심 단일화는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국민의당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선대위는 "후보가 결정한 이상 완주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안 후보를 도와온 외부 인사들은 "결렬 선언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며 당황한 기색이다. 안 후보 후원회장을 맡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양보할 때는 양보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안 후보 결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안 후보를 지원해온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선대위 관계자들도 "정치는 현실인데 단일화 문을 닫아버려 당혹스럽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결국 애초부터 단일화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생각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지난 20일 오전 10시쯤 윤·안 후보가 서로 통화했고, 윤 후보는 "단둘이 만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안 후보가 "실무자부터 만나게 하자"고 하자 윤 후보도 동의하면서 "실무자를 지정해 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일정을 모두 비워놓았다. 그런데 통화한 지 2시간 후 갑자기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언론에 알린 뒤, "내 갈 길 가겠다"며 단일화 제의 철회를 선언해버린 것이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은 자신이 놓았던 다리를 자신이 불살라버리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안 후보가 무작위 국민여론조사방식을 고집한 이유도, 또 자신의 지지율이 15% 가까이 치솟았을 때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았던 이유도, 애초부터 단일화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에게 국무총리와 내각의 일부 구성권을 주겠다는 협상안도 나온 바 있다. 이는 국민 지지율로 볼 때 국가대표축구팀(윤)이 조기축구회(안) 선수를 섞어서 단일팀을 만들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단일화 논의를 피하기 위해 단일화 제의를 한, ‘안철수식 방식’이었다는 지적이다. 아마도 합리적 추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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