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추가경정예산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금리 상승으로 은행 대출금리도 올라 서민과 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
잇따른 추가경정예산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금리 상승으로 은행 대출금리도 올라 서민과 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추경을 한 것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10번째 추경으로 ‘재정중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추경안은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14조원 규모에서 3조3000억원을 증액하고, 예비비 4000억원을 감액해 2조9000억원을 순증시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택배기사 등 68만명의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16만명의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 등 운수종사자, 5만명의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추가 지원을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었다. 한마디로 대선을 앞둔 ‘현금 살포’인 셈이다.

정부안 대비 증액분은 적자국채의 추가 발행 없이 이달 10일 확정된 지난해 세계잉여금 및 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해 충당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안이 확정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원에서 1075조7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단순 계산으로도 국민 1인당 2000만원이나 된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그동안 정부 추경안이 부족하다며 각각 35조원 이상과 50조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해 왔다. 대선 이후 또 다른 추경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다.

나라살림은 세금 아니면 빚으로 운영된다. 여야 후보 모두 재원조달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조’ 단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감세 공약으로 세수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천문학적 수준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지금도 나라살림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2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0년 112조원에 이어 2년 연속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적자도 108조2000억원으로 추정돼 3년 연속 100조원대 적자가 유력하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해마다 흑자를 내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연간 10조~30조원 수준이던 적자가 100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그만큼 빚을 지지 않고는 나라살림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잇따른 추경으로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보유 중인 국채는 약 3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14년 이후 16조원 안팎이던 한국은행의 국채 보유액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빠르게 늘어 불과 2년 만에 2배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속 우려에 따른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해 2조원의 국채를 매입했다.

정치권의 공격적인 추경 행보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국채가격이 급락하는 것으로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지금 같은 금리인상 시기에 국채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이는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과 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자들이 국채를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인 국채 대차거래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치에 근접한 것도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 하락)을 내다보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채 대차거래 잔액은 전날보다 3965억원 늘어난 101조81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의 97조6156억원과 비교해 4조2003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치인 지난달 21일의 103조8875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100조원을 넘어선 국채 대차거래 잔액은 국채금리를 밀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국채 대차거래는 주식 공매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기관투자자는 국채를 빌려서 팔고, 국채가격이 내려가면 이를 저렴하게 사들여 되갚아 차익을 얻는다. 한마디로 국채 대차잔액 거래가 불었다는 것은 국채 매도 물량이 쌓여 국채가격의 하락, 즉 국채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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