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총통 등 각계인사 만나 양국 우호관계 강화 나설 듯
2020년 양회 열리기 직전 "中, 악랄한 독재정권" 맹비난
中, 즉각 강력 반발... 대만에 경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의 하나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 대만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만난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시기의 일정이라 더욱 이목을 끈다. 21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폼페이오 전 장관은 싱크탱크인 위안징(遠景)기금 초청으로 내달 2∼5일 대만을 방문하며, 정협이 개막하는 4일엔 공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어우장안(歐江安)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전 장관이 오랫동안 대만의 굳건한 친구로서 퇴임 후에도 항상 대만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면서 환영의 뜻을 표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차이 총통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와 기업 관계자·학자 등을 두루 만날 것이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 등 대만 주요 기업 책임자들과의 비공개 접촉 계획도 있다고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대중 강경책을 주도한 폼페이오 전 장관은 대표적 ‘반중 아이콘’이었다. 2020년 양회 개막 전 중국공산당을 ‘악랄한 독재정권’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국무장관이 되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재임시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장관 시절, 미중관계를 재정립하고 대만과의 실질적 관계를 급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F-16V 전투기 등 최신 무기의 대만 수출을 승인해 대만의 대중(對中) 요새화를 지원한 것, 대만이 세계보건총회(WHA) 등 국제 외교무대에 복귀하도록 앞장서 전면 지원한 것 역시 그 때였다.

특히 폼페이오 전 장관은 퇴임 직전 국무부를 포함한 정부 관리들의 대만 관리 공개접촉 제한 규정을 철폐해 미국-대만의 공식 교류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폼페이오 전 장관·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정부 ‘대중 매파’ 28명의 입국(본토·홍콩·마카오)을 금지한 것은 그 보복 조치였다. "중국의 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미 정부의 중국 관련 움직임에 주요 책임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양회 기간 중 폼페이오의 대만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고도의 외교적 의미를 내포한다. 대만이 이를 일찌감치 공식 발표해버린 것 또한 ‘중국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을 "반중 언행으로 일찍이 제재를 받은 인물"이라며 비난했다.

"대만이 미국을 이용해 독립을 모의한다면 불장난 하다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대만에 1억 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프로젝트 서비스 수출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중국은 미 군수기업 레이시언 테크놀로지와 록히드마틴에 제재를 가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미중 상호불간섭과 대만 무기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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