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예산 신속처리 입장 발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중도·진보 동시포용’ 카드를 꺼내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세로는 대선에서 패배할 공산이 높아짐에 따라 판세를 뒤집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 셈이다.

민주당은 일단 외면적으로는 국무총리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책임총리제는 물론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대선 결선투표제 등을 총망라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물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야권 후보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이 후보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 후보가 거듭 주장해 온 다당제와 이재명 후보의 국민 내각을 통한 통합정부 구상은 둘 다 ‘양당정치 교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구제 개편은 안 후보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다.

물론 안 후보가 애초 본인을 ‘야권 후보’로 규정하고 대선에 출마한만큼 안 후보와 이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정치 교체’를 매개로 해 안 후보와의 정책 동질성을 강조하면서 안 후보 지지자들의 사표방지 심리를 이용, 안 후보 지지자들의 표를 흡수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22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대선 결선투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책임총리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논의했다.

특히 2020년 4월 총선 당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됐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군소 정당들이 요구했던 수준으로 확대하는 선거제 개편이 발제의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히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의 연대를 염두에 둔 방안인 것으로 평가된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해당 의제들을 요약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최고위는 개혁안 추진 시기와 방법 등을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에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빠르면 이번 주중 정책의총을 열어 이같은 정치개혁 방향을 당론화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의원 명의로 선거법 개정안 등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이미 이 후보가 발표한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다당제 친화적인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의 안으로 보완하는 개헌 방향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23일 "정치 개혁안들에 대해 지도부는 일단 큰 틀에서는 합의한 상태"라며 "최종안을 마련한다면 이 후보는 물론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수뇌부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개혁안의 경우는 당내에서도 견해차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대선 시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현실화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애초 목적 자체가 공론화를 통한 대선 여론 환기에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는 전날 최고위 회의에서도 강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는 휘발성이 커서 손대기가 쉽지 않다. 연동형 비례제와 상충하는 측면도 있어서 같이 논의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역시 당장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이라 도입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큰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안 논의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등의 구체화한 것은 전혀 없다"며 "특히 선거구제는 예민한 사안이라 이 후보로서도 이를 당장 들고 가서 상대 당 후보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중대선거구제 문제는 의원 총의를 모아야 하는 문제다. 필요하다면 정책의총을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치 교체’, ‘정치 개혁’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지만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 대선 국면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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