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의 패배를 예감한 것처럼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제외한 다른 모든 후보들과 연대할 수 있다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거대여당’의 힘에 기대 선거를 치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힘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자, 소수정당을 상대로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에 소수정당 대선후보들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24일 BBS(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혼자서는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상황을 정치 교체 기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특정인보다는 모두에게 제안하는 것"이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뿐만 아니라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에게도 열려있는 발언임을 시사했다. 그는 "윤석열은 마초적이고 유세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무서울 정도다. 이런 분과 같이 할 순 없겠지만, 이런분 제외한 정치세력과는 협력할 것이다. 정치 개혁 관련 공통 공약에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후보를 제외한 모든 대선후보들과 연대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 후보는 "어느 쪽도 혼자서는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대한민국 정치 교체의 기회로 만들자"며 "소위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결정적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타 후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거제도 개편과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선거 제도로 인해 사실상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초의원 2명씩 뽑으니까 제3당 뽑을 자리가 없다"며 "과반수 안넘으면 1, 2위 중 국민이 선택하게 하면 깔끔하다"며 결선투표 도입을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 후보의 이런 입장에 발맞춰 정치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개헌 △지방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후보와 민주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후보로서 금기시되는 ‘이기기 어렵다’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으면서, 본인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기 보다는 타 후보들에게 자신의 당선을 도와달라는 ‘구걸’에 가까운 제스처라는 반응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꺼내든 정치개혁 카드의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정의당이 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때 국민의힘에서 중·대 선거구제는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그때는 민주당이 반대를 했었다.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약속이나 (이행하지 않는 등) 배신한 게 문제"라며 "선거용으로 (정치개혁을) 쓰지 말고 민주당에서 이게 얼마나 의지가 실린 입장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의총을 해서 의결하고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계획도 정확하게 밝히고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실적으로도 이 후보와 송 대표의 이같은 입장이 당론으로 확정되기는 어렵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은 157석에 달한다. 선거구제가 중·대 선거구제로 개편된다면 이들 지역구 의원들은 기존 소선거구제에서 받을 수 있는 현역 의원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모두 내려놓고 차기 총선에 임해야 한다. 의원 개개인의 재선 가능성을 낮추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의총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