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1)
(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1)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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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양극화 한국경제, '박정희'에 길 있어

자유일보는 좌승희 박사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2018년 2월 기파랑 출판)⟫을 연재합니다. 자유일보 애독자들에게 대한민국 경제의 본질적 고질적 병폐인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글은 다음 두 글을 통합하여 수정, 확대, 보완한 것이다.

*“동반성장 친화적 정치경제체제를 찾아”(『한국경제포럼』 제8권 4호, 한국경제학회, 2015)

*“박정희 산업혁명: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 성과와 교훈”(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 심포지엄 ‘위기의 대한민국,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 2016. 6. 15 발표 및 『경제논집』 제55권 1호,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 2016 게재)

<1>경제평등을 추구한 사회,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하다

들어가는 글

본서는 박정희 경제발전 정책에 대한 연구서이다. 박정희 산업혁명이 어떻게 당시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을 가져왔는지를 이론적 분석과 경제사적 비교분석을 통해 밝히고, 그 교훈을 오늘날에 살려 ‘저성장·양극화’의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국가제도 및 정책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본서는 필자의 그동안의 경제발전에 대한 연구의 연장선 상에 있다. 필자의 박정희에 대한 연구의 전편인 『박정희, 살아 있는 경제학』(좌승희 2015)에 비해 본서는 박정희 산업혁명의 성공 요인에 대한 관점은 대동소이하지만, 보다 심층적인 정치·경제적 이론 분석과 다양한 실증적 자료 분석으로 주장을 보다 보강하고 설득력을 높임과 동시에, 오늘날의 난국을 헤쳐 나갈 국가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특히 동반성장의 회복을 위한 경제기술적인 정책 대안을 넘어 정치·경제·사회적 제도와 정책 개혁 방안에 대한 광범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혁명적 발상으로 그동안 잘못 걸어온 길을 과감히 탈피하여 동반성장·발전 친화적 국가체제로 대전환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강호제현의 기탄없는 평가와 질책을 기대한다.

2014년 11월 '부채주도 성장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제평등을 추구한 사회,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하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학계도 풀기 어려운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19세기 자본주의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간 인류 역사상 최초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시현하면서 누대에 걸친 농경사회의 ‘맬서스 함정’이라는 인류 빈곤의 오랜 역사를 벗어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 경제는 사회주의 체제와의 체제경쟁 속에서 더욱 더 새로운 변신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보다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자본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모순된 체제”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이념에 따라 등장한 사회주의 경제평등 이념과의 대결 속에서, 수정자본주의 체제 혹은 사회민주주의 체제라는 경제평등주의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하여 제도와 정책적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지향해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제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원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목적하지도 않았던 결과인, ‘장기 성장정체와 양극화’라는 난제에 부딪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 열풍이 이 문제의 원인이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60여 년의 전후 역사 속에 서 보면 영미 중심의 신자유주의는 수정자본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의 대세 속의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였다고 생각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오늘날 지구상에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수용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북한을 제외하고 사회주의 체제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사회주의 경제평등 이념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 국가들의 사회민주주의 체제가 다 그러하고,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의 경우도 독재정치를 경험한 나라가 많지만 대부분 유럽 식민국들을 따라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수용하고 있으며, 사회주의에서 전환한 거의 모든 나라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다 사회민주주의를 따르고 있고,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도 1970년대부터 서구식 사회민주주의를 추종해 왔다. 영미의 경우도 신자유주의를 천명하기도 했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일관되게 수정자본주의 체제 하의 복지국가를 지향해 왔다.

이렇게 보면 지난 60년 이상 인류는 정치경제체제나 정책적으로 모두 ‘더불어 잘사는 경제적으로 평등한 행복한 사회’를 지향해 왔다.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 민주정치가 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하겠다는 나라가 있는가? 이제 ‘경제적 평등’은 민주주의와 더불어 누구도 감히 범접(犯接)할 수 없는 하느님이 되었다. 반면 ‘경제적 불평등’ 은 이제 만인의 적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경제 현실은 어떤가? 그동안 열심히 경제평등을 추구했더니 웬걸, 평등은 고사하고 불평등의 심화에 성장의 정체까지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이 역설을 어찌할 것인가?

세계 경제학계는 더 곤란한 지경에 봉착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학은 정치경제학에서 벗어나 소위 현실경제의 정치경제제도적 환경의 차이를 사상(捨象)한(institution-free) ‘보편적 과학으로서의 순수경제학’을 정립하여 노벨상의 반열에 올랐으나, 오늘날 세계경제가 부딪친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신 정상상태[new normal. El-Erian (2010), Cowen (2011), Summers (2013, 2014, 2016), Gordon (2016)과 Krugman (2013) 등 참조]’라고 나 몰라라고 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경제학의 수치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경제학은 무엇을 했는가? 정치권이 요구하는 수정자본주의를 뒷받침한다고 규범적 복지경제학을 창안하고, 각종의 재분배정책을 통해 자본주의 불평등 모순을 해결하여 모두 행복한 경제사회를 만든다고 노력했다. 전후 지난 60여 년간 평등주의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기여를 한 것이 경제학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결과가 그동안의 노력과는 정반대로 나왔으니 난 이제 더 이상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것이 혹시 새로운 정상이 아닐까 하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하겠다.

오늘날 인류의 정치경제체제는 마르크스의 노동자 무력혁명이 아니라 ‘민주적 방식’에 의해 사회주의 경제평등 이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회민주주의 체제’가 가장 포퓰러한 정치경제체제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오랜 냉전 끝에 인류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체제를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립했다는 주장도 있으나(Fukuyama 1992), 이 두 정치와 경제 체제는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볼 때 양립하기가 어렵고 결국은 경제평등주의적 정치경제체제인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변질될 수밖에 없음이 곳곳에서 노정되고 있다. 지난 60여 년의 인류의 여정은 사회주의 체제든 자본주의 체제든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지향해 왔으나 그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평등을 추구했더니 경제성장의 정체와 더불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이 문제는 오히려 한국경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더 흥미롭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30여 년의 개발연대 기간을 ‘권위주의적 정치’와, 주류경제학의 견지에서 보면 이단적인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전략’ 하에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는 당대 최고의 동반성장(同伴成長)을 이뤘으나, 1990년대부터는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소위 각종의 불평등을 초래한 개발연대 국가운영 방식을 청산하고, 경제민주화와 경제평등, 균형발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중심으로 국가운영 방식을 전환한다고 30여 년을 OECD 표준을 모방하는 데 노력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경제 또한 2~3퍼센트대의 잠재성장률의 정체와 분배의 양극화를 포함, 각종의 경제사회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무엇인가? 개발연대 박정희 산업혁명의 성공은 어디서 왔고 오늘날의 실패는 어디서 왔는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교훈은 무엇인가? 본서는 바로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특히 박정희 시대가 가져온 세계 최고의 동반성장 경험의 성공 요인과 오늘날에의 교훈을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오늘날의 저성장·양극화 문제를 보다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의 산업혁명은 물론이고 일본의 메이지유신, 한국의 박정희 시대,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 시대 등 주류 경제학이 소위 이단적이라 보는 동북아의 비민주적 정부 주도 하의 경제도약 과정을 종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제발전의 일반이론’(Jwa 2016; 좌승희 2006, 2008, 2012)을 소개한다. 이 이론이 바로 박정희 산업혁명의 성공 요인과 동시에 오늘날의 선진국 도약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이론적 근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석을 통해 향후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국가제도 개혁과 정책개혁 대안들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제1회 수출의날 기념식. 국가기록원
제1회 수출의날 기념식. 국가기록원

제1장에서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기존 주류 경제학의 원인분석과 대처 방안을 비판적으로 개관하고자 한다.

제2장에서는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을 소개한다. 마르크스적 자본주의모순론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경제의 특질과 변화 발전의 원리를 새롭게 제시하고, 그동안 경제발전에 대해 잘못 믿어 온 기존의 신화(myth)들의 허구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원리와 정치이념을 결합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복수의 정치경제체제를 정의하고, 20세기 세계 주요 경제의 발전 경험에 대한 관찰을 통해 각 체제의 경제발전 혹은 동반성장 친화성 여부를 분석한다.

제4장은 3장의 분석에 기초하여 지금의 저성장·양극화의 원인이 평등주의 정치체제에 있음을 밝히고, 향후 가장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의 정치경제체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기존에 정치이념만의 관점에서 정의되던 정치체제를 이제 ‘정치가 경제 번영의 수단’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5장에서는 이상의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의 박정희 산업혁명의 성공 요인을 밝히고자 한다.

제6장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박정희 청산을 통해 추구한 선진화 노력이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게 될 것이다.

제7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한국경제의 동반성장 회복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 개혁 과제들과 나아가 남북통일학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상의 내용을 결어에서 되짚어 보며, 박정희 산업혁명의 정책 패러다임 속에 동반성장의 비법이 있음을 재삼 강조하게 될 것이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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